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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9 15:51 수정 : 2018.09.09 20:42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NYT “지난해 가을부터 수차례 접촉”
“장비 지원 요구 등 수용하지는 않아”
중남미 쿠데타 지원 어두운 과거 반복?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미국이 베네수엘라 군부 일각과 쿠데타 계획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 1960~8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반미 정권을 축출하려고 벌인 공작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군의 쿠데타 기도 세력과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현직 미국 관리 11명과 전직 베네수엘라군 지휘관 1명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직 베네수엘라군 지휘관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고무돼 미국과의 접촉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유럽 국가의 미국대사관에서 베네수엘라 쿠데타 모의 세력과 미국 정부 쪽이 첫 접촉을 했고, 이런 만남은 올 초까지 이어졌다.

자신들이 수백명 규모라고 밝힌 쿠데타 모의 세력은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을 한꺼번에 체포하는 게 긴요하다고 보고 미국에 비밀 통신장비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계획에 관심을 보였으나 계획이 실패하거나 누설될 경우의 위험도 고려했다고 전현직 관리들은 말했다. 양쪽의 접촉은 올해 초까지 이어졌으나, 미국은 쿠데타 모의 세력에 대한 지원이나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베네수엘라군 일각에서 정부 전복 논의를 제안했으나 그때는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피그스만 침공 작전 실패로 붙잡힌 포로들.
백악관은 <뉴욕 타임스> 취재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마두로 치하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는 나라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베네수엘라인들과의 대화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 파탄과 마두로 대통령의 의회 해산 등 탄압 와중에 지난해 7월 대법원 청사에 헬리콥터를 이용한 수류탄 공격이 가해졌다. 지난달 4일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연설 도중 폭탄을 장착한 드론 2대가 폭발해, 그에 대한 암살 기도라는 해석을 낳았다.

1973년 쿠데타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군사쿠데타로 전복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오른쪽)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쿠데타 모의 세력과 접촉했다는 보도 내용은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 전반과 관련해 심각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1961년 쿠바 반혁명 세력의 피그스만 침공, 73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붕괴시킨 쿠데타, 80년대의 니카라과 반군 지원 등을 통해 이곳에서 ‘빅 브라더’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고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이었지만, 많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이 반미를 지향하게 만든 사건들이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외교·안보 정책 참모들에게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며 만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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