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1 16:13
수정 : 2018.09.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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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 오픈 결승전에서 서리나 윌리엄스가 주심 체어 엄파이어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헤럴드 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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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헤럴드 선’ 만평, 성차별·인종차별 논란
우스꽝스런 항의 모습·젖병 등…상대선수는 백인 묘사
해리포터 작가 JK롤링·전미흑인언론인협회 등 비판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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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 오픈 결승전에서 서리나 윌리엄스가 주심 체어 엄파이어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헤럴드 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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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스(US) 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패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를 풍자한 한 컷의 만평이 인종·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윌리엄스는 지난 9일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와 결승전을 치르다 라켓을 코트 바닥에 던져 미국테니스협회로부터 벌금 1만7천달러(약 1913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는 “남자 선수들도 이 같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게임 페널티’를 받진 않는다”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에선 오사카가 일본인 최초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0일 오스트레일리아 <헤럴드 선>에 실린 만평을 보면, 윌리엄스는 경기 중 분에 못 이겨 펄쩍 뛰고 있다. 바닥엔 망가진 라켓과 젖병 꼭지가 떨어져 있다. 그의 행동이 어린아이 같았다는 뜻이다. 뒤편에선 주심이 오사카로 보이는 상대 선수에게 “그냥 그(윌리엄스)가 이기게 해줄 수 있니?”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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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나 윌리엄스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성차별·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헤럴드 선> 만평. <헤럴드 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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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만평 속 윌리엄스의 모습이다. 윌리엄스의 어두운 피부,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이 강조돼, 19세기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짐 크로법’ 시대의 유색인종을 묘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모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9세기 미국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등장하는 흑인 톱시, 고전 동화 <리틀 블랙 삼보>에 등장하는 흑인 어린이 모습과 닮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오사카를 금발 백인처럼 묘사해 대조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온라인에선 설전이 이어졌고, 유명인들도 가세했다. 전미 흑인언론인협회는 여러 면에서 “불쾌하다”고 입장을 냈다. 협회는 “두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캐리커처일 뿐 아니라, 윌리엄스를 묘사하는 방식이 불필요하게 ‘삼보’ 같다”고 반발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작가 조앤 롤링도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스포츠인들 중 한 명을 상대로 성차별, 인종차별적 비유를 하고, 다른 위대한 여성 스포츠인을 무표정한 소품으로 쓴 것은 잘한 일”이라고 비아냥댔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미국 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벤 시먼스는 “그랜드슬램 23회 우승 기록을 가진 윌리엄스를 무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오스트레일리아인으로서 정말 실망했다”고 언급했다.
만평을 그린 마크 나이트가 남자 선수들을 같은 방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나이트는 “사흘 전엔 (남자 선수인) 닉 키르기오스의 행동을 비판하는 만평도 그렸다”면서 “내 그림은 윌리엄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것이지 성차별과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나이트는 지난달 10일 만평에서도 멜버른 지하철역을 망가뜨리는 흑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여기에 <헤럴드 선>의 앤드루 볼트 기자가 나이트의 만평을 비판한 것을 못마땅해하며 ‘<시비에스>(CBS)와 제이케이 롤링은 눈이 멀고 귀가 먹었냐’는 글을 올리고, 데이먼 존스턴 에디터도 “한 테니스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엄청난 짜증을 낸 것을 묘사한 것일 뿐이다. 성별이나 인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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