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4 16:21
수정 : 2018.09.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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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베이조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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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가정 돕고, 저소득층 유치원 세울 것”
아마존 노동자 저임금·복지 실태 비판에 자선 펀드 시작
“빌 게이츠 따라가기 어려워”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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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베이조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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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 온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54)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13일 20억달러(약 2조2390억원)를 들여 교육·복지 자선 펀드 ‘데이 원(Day 1)’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자선 펀드를 만들어 노숙인 가정을 돕고 저소득층을 위한 유치원을 만드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한 그는 “넘어진 아이가 (원래 속도로 가던 사람들을) 따라오기는 매우 어렵다”며 “만약 여러분이 2살, 3살, 또는 4살짜리 어린이를 돕는다면, 그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게 된다. (이후엔) 넘어져도, 뒤처질 가능성이 훨씬 작다”며 교육·복지 분야에 기부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내는 돈 가운데 절반은 젊은 노숙인 가족을 즉각 지원하는 ‘데이 원 패밀리스 펀드’, 나머지 절반은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무료 유치원을 운영하는 ‘데이 원 아카데미스 펀드’에서 활용된다. 베이조스는 그동안 장학기금과 퇴역군인 기금에 수천만달러를 기부한 적은 있지만, 직접 자선 펀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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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펀드 ‘데이 원’ 설립 계획을 밝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글. 베이조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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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지분의 16%를 가진 베이조스는 <포브스> 기준으로 1640억달러(183조3684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가진 세계 최고 부자다. 그는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과, <워싱턴 포스트>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아마존은 4일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1조 달러 클럽에 애플이 이어 두번째로 가입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아마존의 노동자 복지 실태를 언급하며 이 회사를 비난해 왔다. 특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마존 노동자들이 푸드 스탬프(식료품 지원 제도)와 공공 주택, 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에 기대어 살고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복지 혜택을 고용주로부터 환수하는 ‘반 아마존법’을 발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우체국(UPS) 서비스를 헐값에 이용하는 아마존을 비판해 왔다.
베이조스의 ‘통 큰’ 결단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일 콜드웰 그랜드밸리 주립대 ‘자선사업을 위한 존슨센터’ 이사는 “개인의 20억달러는 꽤 많은 금액이지만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수준엔 다다르긴 어렵다”고 평했다. 억만장자 순위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사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이끄는 이 재단은 지난해에만 507억달러(56조7030억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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