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8 17:21
수정 : 2018.10.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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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46.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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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보우소나루 46.7%, ‘룰라 후계자’ 아다지 28.5% 득표
28일 결선 투표…경제 위기·치안 우려에 극우 후보 부상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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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46.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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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63) 후보가 7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몰표를 얻으며 결선에 진출했다. 남미 최대 국가에서도 극우 대통령 탄생이 예상되고 있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사회자유당의 보우소나루 후보가 46.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룰라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한 노동자당 페르난두 아다지(55) 후보는 28.5%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해 보우소나루 후보와 28일 결선을 치른다.
애초 예상과 달리 1·2위 간 격차가 크게 벌어져 보우소나루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하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접전이 전망된다는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도 있어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일부 있다.
공수부대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했다. 그의 입은 인구 2억이 넘는 대국의 최고 지도자 후보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독재 정권에서 더 많은 반정부 인사를 죽여야 했다”고 말했고, “여성은 임신하기 때문에 더 적은 임금을 줘도 된다”고도 했다. “범죄율을 낮추려면 빈곤층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며 약자들을 비하하는 망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생산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때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그는 700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어와 163만명에 이르는 트위터 팔로어를 이용해 지지층 결집 전략을 썼다. 지난달 초 유세 과정에서 괴한의 피습으로 배에 상처를 입은 후에는 병상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유세를 하기도 했다. 피습이 지지율을 더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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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지(가운데) 후보와 러닝메이트 마누엘라 다빌라(오른쪽)가 대선 유세를 벌이고 있다. 아다지 후보 공식트위터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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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아다지 후보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높은 인기를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면서 결선 승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옥중 출마를 선언한 뒤로도 압도적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결국 피선거권 박탈 탓에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애초 룰라 정권 시절 교육장관과 상파울루 시장을 지낸 아다지 후보는 룰라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다.
브라질은 21년간 군부 독재(1964~85년)의 아픔을 경험한 나라여서 보우소나루 후보의 압도적 득표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극우의 부상에는 경제 위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2000년대 초 급성장했지만, 2013년 전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불안이 겹치면서 실업률과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에는 마약 밀매와 범죄율 급등으로 치안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강력한 통치자’를 바라는 시민들이 극우 후보를 선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어느 후보도 경제 위기를 해결하고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포퓰리즘 정책만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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