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0.12 11:56 수정 : 2018.10.12 20:29

미국 워싱턴주 대법원 청사.

주대법원, 전원일치로 사형 폐지…사형수 8명 종신 수감
“근본적 공정성 문제 있다”…인종차별적 요소 인정
미국 50개 주 중 30곳이 사형 폐지 또는 집행 중단

미국 워싱턴주 대법원 청사.
미국 워싱턴주가 사형제를 폐지한 20번째 주가 됐다. 전체 주(50곳)들 가운데 법률로 사형제를 유지하는 곳이 더 많지만, 사실상의 집행 중단과 사형 선고 감소세까지 이어져 미국에서도 사형제가 점점 과거의 유물이 돼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대법원이 11일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사형제를 폐지시켰다고 보도했다. 2014년 주지사가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한 워싱턴주에서는 이번 판결로 사형이 제도적으로 사라졌다. 수감 중인 사형수 8명은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형이 대체됐다. 앞서 워싱턴주 상원은 사형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워싱턴주 대법원은 사형제 폐지 논리로 판결의 ‘근본적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메리 페어허스트 대법원장은 대표 집필한 다수의견에서 “사형은 범죄 발생지, 거주지 관할 카운티, 특정한 시점의 (집행을 위한) 예산 확보 여부, 또는 피고인의 인종에 따라 불공평하게 적용돼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의 사형 관련 법률은 ‘근본적 공정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했다.

메리 페어허스트 워싱턴주 대법원장.
보통 사형제 폐지 논리로는 국가의 생명권 부정 문제나 오판의 가능성을 많이 드는데 공정성을 거론한 게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백인에 비해 흑인이 유·무죄 판단이나 형량에서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시비가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번 판결은 사법 시스템의 치부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페어허스트 워싱턴주 대법원장은 “(사형 선고에 인종차별적 측면이 있다는) 정보는 분명히 우리 앞에 제시돼 있다”며 “인종이 사건들을 다루는 데 차이를 낳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위헌적이다”라고 판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5년간 코네티컷·델라웨어·일리노이·메릴랜드·뉴저지·뉴멕시코·뉴욕 주가 판결이나 입법으로 사형제를 없앴다. 콜로라도·오리건·펜실베이니아주는 제도는 폐지하지 않았지만 집행 중단을 선언했다. 워싱턴주 대법원의 결정은 서구에서 유일한 사형제 존치국인 미국에서도 이 제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수도 워싱턴에 있는 ‘사형 정보센터’의 로버트 던햄 사무총장은 “사형제는 점점 지리적으로 고립돼가고 있다”고 <에이피>에 말했다. 그는 “사형제는 아직 30개 주 법률에 있지만, 30개 주가 (폐지 또는 집행 중단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며, 사형제를 유지하는 지역은 남서부와 남부 주들로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사형 집행이 가장 활발한 텍사스주는 2010년 이후 108명을 처형했으며, 플로리다주(28명), 조지아주(26명), 오클라호마주(21명)가 뒤를 잇는다.

사형제 존폐 여부를 떠나, 법원의 신중하고 엄격한 판결 추세에 따라 사형 선고 건수도 많이 줄었다. 1990년대 이래 미국의 사형 선고 건수는 85% 감소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