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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3 14:39 수정 : 2018.11.13 20:29

‘마블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스탠 리.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지병으로 별세…향년 96
‘캡틴 아메리카’로 만화 원작 제작 참여
스파이더맨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창작
검열 맞서 만화계에 ‘표현의 자유’ 성취

‘마블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스탠 리. 로이터/연합뉴스
“1922~2018 엑셀시오르(Excelsior)!”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13일 올라온 글이다. ‘엑셀시오르’는 ‘높이 더 높이’라는 뜻으로, 스탠 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슈퍼히어로가 하늘로 올라가는 동작을 취하며 외치곤 했던 말이다. 그 외침처럼 스탠 리는 하늘 높이 올라가 ‘슈퍼히어로’가 되었다. 미국 언론들은 12일(현지시각) 스탠 리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의료센터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향년 96. 여러 지병을 앓아온 그는 최근 건강 악화로 의료센터를 오가며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탠 리는 잭 커비(1917~1994) 등과 함께 스파이더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판타스틱 4, 데어데블, 블랙 팬서, 엑스맨, 아이언맨, 토르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미국 만화업계의 거물이다.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로, 스탠 리는 작품에 올린 필명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스탠 ‘더 맨’ 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블 영화 <앤트맨 앤 와스프>에 카메오 출연한 스탠 리. 영화 장면 갈무리
1922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9년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 입사하면서 만화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캡틴 아메리카>의 각본 일부를 쓰면서 만화 원작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작품들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마블 코믹스 편집장,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지냈다. 1994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를 수상했고, 1995년 잭 커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8년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미국 예술 훈장’을 받았고, 2011년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미국만화잡지협회의 검열 규제(코믹스코드·CCA)에 정면으로 맞서 만화계에 표현의 자유를 성취하기도 했다. 1971년 미국 보건교육복지부는 마블 코믹스 쪽에 마약의 해로움을 경고하는 내용을 다뤄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스탠 리는 <스파이더맨> 만화 속 등장인물 해리 오스본이 마약으로 폐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코믹스코드는 마약과 마약중독자를 그리면 안된다는 규정을 들어 승인을 거부했다. 스탠 리는 코믹스코드 승인 없이 출판을 강행했고, 이를 계기로 코믹스코드는 점차 힘을 잃기 시작해 끝내 사라졌다.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젊은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 노인으로 카메오 출연한 스탠 리. 영화 장면 갈무리
스탠 리는 요즘 전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컨대 <아이언맨 2>에서 유명 앵커 래리 킹으로 나오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선 젊은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 노인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영화 팬들 사이에선 마블 영화 속 스탠 리 찾기를 놀이처럼 즐기기도 한다.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선 스쿨버스 운전기사로 나왔고, 앞으로 개봉할 <캡틴 마블> <어벤져스 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카메오 촬영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스탠 리의 사망 소식에 전세계 팬들은 추모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1922~2018 엑셀시오르!” 글에는 13일 오후 2시 현재 100만개 넘는 ‘하트’가 달렸다. “당신은 세상의 99% 슈퍼히어로를 만든 사람”, “내 아들의 영웅” 등 댓글도 2만개 넘게 달렸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탠리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모든 것이 당신 덕분이다. 스탠 리,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을 올렸다. 휴 잭맨(울버린), 마크 러팔로(헐크),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 라이언 레이놀즈(데드풀), 조 샐다나(가모라) 등 마블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도 줄줄이 애도의 글을 올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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