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5 19:20
수정 : 2018.12.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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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24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 너머 로 보이는 모니터에서 그래프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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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
‘산타 랠리’커녕 대공황 이후 최악
트럼프 “연준 시장감각 없어” 또 공격
므누신, 은행 CEO 소집 등 대책 회의
언론 “공포 자아내려 노력했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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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24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 너머 로 보이는 모니터에서 그래프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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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철군에 대한 반발, 연방정부 일부 폐쇄, 그리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12월 증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래 최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해가 바뀌면 하원을 장악할 민주당에 맞서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그가 던지는 정치적 강수들이 초래한 결과들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 랠리’ 대신 닥친 증시 폭락은 그를 위기의 임계점으로 접근시키고 있다.
24일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53.17포인트(2.91%) 급락한 2만1792.20으로 떨어졌다. 에스앤피(S&P)500지수는 2.71%, 나스닥지수도 2.21% 떨어졌다. 3대 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1% 이상 하락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증시는 대공황 때인 1931년 이후 최악의 12월을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우지수가 2.91%나 떨어진 것은 1918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이날 다우지수 하락 폭은 2015년 이후 4번째로 크다. 에스앤피지수는 최고점에서 20% 떨어진 것을 뜻하는 침체장(베어 마켓)에 0.5%포인트 차이로 다가섰고, 나스닥지수는 이미 침체장에 진입했다.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진단이 부채질하는 증시 폭락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 흔들기가 기름을 부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 해임 검토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 경제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다시 연준을 공격했다. 그는 “연준은 시장에 대한 감각이 없고, 필요한 무역전쟁이나 강한 달러, 국경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연방정부 폐쇄도 이해하지 못한다”며 “연준은 터치를 못해 퍼팅을 할 수 없어서 점수를 못 내는 힘만 센 골프선수 같다”고 비난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난주 다시 금리를 올리자 파월 의장 해임을 거론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1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난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결코 시사하지 않았고, 그럴 권한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려고 23일 6대 은행 최고경영자와 전화 회의를 하는 이례적 조처를 한 데 이어 24일에는 시장 규제 기구 기관장들과도 회의했다. 미국 재무부는 므누신 장관이 최고경영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은행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정상적 시장 가동을 보장하는 공조 노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은 오히려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역효과를 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위터로 므누신 장관과 6대 은행 최고경영자들의 논의에 대한 발표문을 보여주며 “놀랍다. 이게 발표될 때까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던 것에 대해 므누신은 공포를 자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데보라 솔로몬 <뉴욕 타임스> 경제에디터도 “은행 자금 대이탈 등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증시 상승을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해왔다. 그러나 속절없는 추락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 “나는 민주당이 돌아와 국경 안보에 절박하게 필요한 협상을 하기를 기다리며 백악관에 홀로 있다(불쌍한 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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