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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4 17:07 수정 : 2019.01.04 20:12

3일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의원(79·민주당·캘리포니아)이 의장석에서 미소 지으며 의사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 “정치적 이유로 탄핵 회피해선 안돼”
“뮬러 특검 보고서 기다릴 것” 탄핵 공세 예고

의회 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히잡 허용
국경장벽 설치비 제로 예산안 통과시켜
트럼프, 깜짝 기자회견 “장벽 필수” 맞불

3일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의원(79·민주당·캘리포니아)이 의장석에서 미소 지으며 의사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해선 안되지만,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미국 하원을 이끌게 된 낸시 펠로시(79·민주당)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공세를 예고했다. 3일 개원한 새 의회에서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뒤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은 탄핵 절차를 결정하기에 앞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보고서를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현직 대통령을 형사소추할 수는 없다’는 법무부 지침에 대한 질문에 “법률로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누군가가 (탄핵으로) 더는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면, 대통령도 기소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의 고유 권한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전체의석 435석 중 235석을 차지해 8년만에 주도권을 되찾았다.

3일 개원한 미국 연방의회에서 하원 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맨 뒷줄 가운데)이 초청받은 어린이 방청객들과 함께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방 하원으로 당선한 이래 32년째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2007~2011년에는 미국 헌정사상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역임해 ‘최고위직 여성’이란 기록을 세웠으며, 8년만에 다시 연방 하원의장으로 복귀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연방 하원의원과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것을 보며 정치의 꿈을 키웠으나 정계 진출은 늦깎이였다. 재임 중 이라크 전쟁 반대, 사회보장보험 민영화 반대, 동성결혼 및 낙태 찬성 등 진보적 입장을 분명히 해왔으며, 2007년 첫 하원의장 취임 직후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펠로시는 의장 수락 연설에서 “두 달 전 미국인들은 우리 헌법의 아름다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의 작동)을 요구했다”며 “국민은 의회와 대통령(행정부)과 사법부가 동등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에 대한 하원의 감시와 견제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또 공교육과 공공의료 강화, 건강보험료 인하, 기후변화 대응, 성소수자 평등 같은 진보적 의제들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3일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의원(왼쪽)이 초선이자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해 첫 등원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29·민주당·뉴욕) 의원과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하원의 새 법규들도 제정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이 중 의원들의 성적 지향성이나 정체성에 의한 차별 금지, 이슬람 히잡 등 종교복식 허용 등은 이번에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민주당 소속 동성애자 및 무슬림 여성 의원들을 배려한 조처다. 또 하원이 예산안 통과시킬 경우 그에 연동해 정부 부채 한도를 자동으로 상향조정하는 ‘게파르트 규정’도 부활시켰다.

그러나 의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비용 56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포함시킨 예산안을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사태를 해소하고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이다. 하원은 이날 국경장벽 예산을 전액 삭감한 ‘민주당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 다수파인 공화당은 이 예산안이 올라오면 아예 표결에 부치지도 않겠다고 예고한 참이어서 대치 정국과 셧다운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새 의회가 개원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해 국경장벽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해 국경장벽 건설론을 되풀이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의회 개원 첫날이자 셧다운 13일째를 맞아 ‘트윗’ 정치 대신 ‘리얼리티 쇼’를 연상케 하는 행보로 맞불 여론전을 펼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뒤로 국경순찰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을 늘어 세운 채 “낸시 펠로시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함께 협력해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곧바로 “장벽 없이는 안보도 없다”며, 자신의 국경장벽 건설 방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브리핑룸을 찾은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아름다운 곳이다. 해피 뉴 이어”라고 인사했으나, 질문은 전혀 받지 않고 5분 만에 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지난 2일에 이어 4일 다시 백악관에서 만나 셧다운 해결 방안을 협상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양쪽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뾰족한 타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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