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3 16:57
수정 : 2019.01.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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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에서 2018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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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 “의회 연설 연기 또는 서면으로”
백악관 “초청 취소는 아냐…그대로 간다”
연설문은 ‘워싱턴-다른 지역’ 2가지 준비중
미시간 등 2개주 하원은 “장소 제공 가능”
국경지대 깜짝쇼·백악관 연설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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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에서 2018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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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사상 최장기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두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의 국정연설 장소를 둘러싼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백악관은 22일 하원에 이메일을 보내, 오는 29일로 예정된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의 리허설 일정을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수석 대변인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에게 (하원에서) 국정연설을 하도록 초청했고, 대통령은 수락했다”며 “지금으로선 그대로 간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의회에서 예정된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경호 공백’이 우려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트위터로 전문을 공개한 이 서신의 진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고집을 접으라는 압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펠로시 의장과 동행 의원들의 해외 순방 출발 직전에 군용기 탑승을 금지하는 ‘보복성 조처’로 반격한 바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은 연초에 행정부 수반이 국가의 주요 현안과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예산과 입법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로, 하원의장의 공식초청을 받아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에서 열린다.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이후 굳어진 관행이다.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의회에서 직접 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하원의장의 고유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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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22일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 식료품 구호 민간기구 월드센트럴키친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생활고를 겪는 공무원 가족들에게 먹거리를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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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트럼프 정부와 민주당 다수의 하원이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국정연설 장소를 놓고도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도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 국정연설의) 초청을 취소한 게 아니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대통령에게 미국인들과의 대화를 언제 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지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백악관 고위관리를 인용해, 대통령 국정연설의 장소가 워싱턴일 경우와 다른 곳일 경우에 맞춰 연설문 초안도 두 가지 버전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불발될 것에 대비해 다른 장소도 물색 중이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저녁 팀 무어 노스 캐롤라이나주 하원의장 및 리 챗필드 미시간주 하원의장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해 국정연설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국정연설을 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 4곳을 추측했다. 첫째, 공화당 다수인 상원으로, 미국에서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맡는다. 둘째, 멕시코 국경 지대로,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와 상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는 민주당 초선의원이 나온 공화당 텃밭 지역, 넷째는 백악관에서 하는 ‘나홀로 집에’ 연설이다.
한편 상원은 셧다운 사태를 끝내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발의한 2개의 법안을 2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공화당 법안은 ‘국경장벽 예산’;과 ‘불법체류자 추방 유예’를 맞바꾸는 타협안, 민주당 법안은 셧다운을 제 기능을 잃은 연방정부 부처들에 대한 긴급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전체 100석 중 의결 정족수인 60표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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