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17:55
수정 : 2019.01.24 20:35
미국 등 ‘야권 지도자 임시대통령’ 인정
중국·러시아 등 “무분별한 내정 간섭” 반발
마두로, 단교 선언에 폼페이오 “전 대통령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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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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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아메리카대륙 우파 정부 지도자들이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재선돼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국의 쿠데타”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항하겠다며 반정부 움직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선언해 대규모 충돌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의회가 헌법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은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선언함에 따라 대통령직은 공석이 됐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미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최대한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 직후 캐나다·브라질·칠레·콜롬비아·페루 정부도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이날 과이도 의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자신이 임시대통령이라고 선언한 직후 나왔다. 과이도 의장은 “오늘 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 행정 권력을 공식적으로 행사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35살의 재선 의원인 그는 2007년 우고 차베스 당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이끌었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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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서 시몬 볼리바르의 초상화를 표지에 넣은 헌법전을 들고 있다. 볼리바르는 지금의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19세기 초 스페인제국과 싸워 남미를 해방시킨 인물이다. 카라카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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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 5월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된 마두로 대통령은 살인적 인플레이션, 유가 하락,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겹친 상황에서 이달 10일 새 임기를 시작했다.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는 15일 그가 권력을 강탈했다며 재선거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동안 마두로 정권 반대 시위 과정에서 진압과 충돌로 수백명이 숨지고, 심각한 경제난에 300만명이 외국으로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을 필두로 한 본격적 개입 시도 속에 반정부 시위는 급속히 격화되고 있다. 이날 수만명이 수도 카라카스의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친정부 쪽 수천명도 맞불 집회를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시위대 간 충돌과 약탈 과정에서 1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외세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3일 안에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어 “‘전직 대통령’ 마두로에게는 미국과의 외교를 단절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중국·러시아·멕시코·볼리비아 정부는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독립과 안정 수호 노력을 지지”하며 “외부 세력의 베네수엘라 내정 간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주권국에 대한 무분별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제국주의의 칼날이 남미 민주주의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려는 중요한 시기에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마두로 대통령에게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국제 분쟁도 아닌 상황에서 미국이 공공연히 남미 국가 지도자의 ‘자격’을 ‘박탈’하고 그 반대자를 최고 권력자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식’ 대외 정책이 노골적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실력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군사적 개입은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를 고무하겠지만, 군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평화적 정권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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