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31 15:05 수정 : 2019.01.31 21:05

WSJ ‘베네수엘라 이어 쿠바·니카라과도 정권교체 전략’
중·러도 중남미서 쫓아내기…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구상
펜스 부통령이 지난 22일 과이도에게 대통령 선언 주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새로 임기를 시작한지 12일 뒤인 지난 1월22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회동해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했다. 마두로가 재선한 지난해 대선이 조작됐다는 야권의 시위가 격화되자,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논의됐던 대안을 보고했다. 트럼프는 즉각 대안인 ‘정권 교체’를 지지할 준비가 됐다고 결정했다.

그날 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지지한다는 워싱턴의 의지를 전했다. 그 다음 날, 과이도는 자신을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즉각 과이도를 승인했다. 베네수엘라의 ‘1국가 2대통령’ 사태의 시작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은 그의 취임 직후 논의됐으며, 이는 마두로 정권 붕괴를 고리로 반미적인 쿠바 및 니카라과 정권도 와해하고 더 나아가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구축하는 원대한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마두로를 축출하려는 미국의 밀어붙이기는 중남미를 다시 만들려는 계획의 첫 시도를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건국 이후 자신의 ‘뒷마당’으로 간주하는 중남미에서는 2000년대 전후해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데다,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도 가속화됐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쿠바를 봉쇄해 붕괴시키려는 이전 행정부들의 정책을 전환하고, 국교정상화도 이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취임한 트럼프 행정부에는 쿠바를 미국의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하는 인물들로 외교안보 라인이 채워졌다.

이들은 쿠바가 미국 내에서 정보 공작과 중남미에서 반미주의 전파를 획책한다고 주장한다. 쿠바의 정보기관은 지난 2002년 4월 차베스에 대한 쿠데타를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유지의 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하루에 최대 10만배럴의 석유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쿠바와 공동운명으로 얽혀있다.

오바마의 정책을 되돌리려는 트럼프는 취임 이틀 뒤에 오바마의 쿠바 국교정상화 작업을 했던 국제개발처의 고위관료 페르난도 커츠를 불렀다. 커츠는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금융제재 등 마두로 정권 옥죄기를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조처들이 마두로로 하여금 워싱턴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조처는 마두로의 전 부통령인 타렉크 엘 아이사미에 대한 제재였다. 차베스 정권에서 아이사미는 수천장의 위조여권을 레바논과 이란 시민들에게 발급했고, 이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및 이란 공작원들이 중남미에서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었다. 헤즈볼라와 이란 공작원이 중남미에서 마약 밀매를 위한 돈 세탁에 관여해 활동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마두로도 마약밀매에 관여됐다고 미국은 주장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취임 당일에 마약밀매 관련 혐의로 아이사미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대쿠바 강경파 존 볼턴이 지난해 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백악관 안팍에서는 마두로 정권 타도를 고리로 한 새로운 중남미 전략이 입안되기 시작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 타도에 평생을 바쳐온 국가안보위의 모리시오 클래버-카로네가 국가안보회의(NSC)의 중남미 책임자로 임명돼, 앞장섰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및 마리오 디아즈-발라트 하원의원 등 중남미계 의원들이 뒷받침했다.

볼턴은 지난 11월 “미국은 아바나, 카라카스, 마나과(니카라과의 수도)라는 삼각형의 각 축이 붕괴되는 것을 보기를 기대한다”며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폭정의 트로이카(3인조)”라고 호칭했다. 그는 “트로이카가 붕괴될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 군부와 정보기관이 관여된 24개 이상의 단체가 포함된 쿠바 및 베네수엘라에 대한 새로운 제재들을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트럼프가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행렬인 ‘카라반’를 거론하면서, 이 카라반의 배출지로 니카라과가 지목됐다.

베네수엘라에서 경쟁하던 야당이던 제일정의당과 대중의지당이 지난 5월 대선에서 반마두로를 내걸고 단결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안으로 봤다. 대중의지당 소속인 과이도는 미국 관리들과 밀접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접한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강경우파가 집권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중남미 전략을 가속화했다.

새해 휴가를 이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외무장관을 만났고, 이반 두께 콜롬비아 대통령과 마두로 정권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10일 재선된 마두로가 취임을 하고, 광범위한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마련한 마두로 정권 붕괴 대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1국가 2대통령’ 사태를 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다음 조처로 쿠바에 대해 ‘테러지원국가’ 재지정 등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제재가 발동되면, 쿠바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해외투자가 동결된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전략이 내포한 위험성도 지적했다.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지 않으면,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반세기가 넘는 미국의 제제 속에서도 생존한 쿠바에 대한 정권교체 전략이 통할지 의문이고, 쿠바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이해 역시 상이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