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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2 16:11 수정 : 2019.02.12 21:23

친 트럼프 행정부 성향의 이스라엘 이익단체를 공격했다가 큰 곤경을 치른 일한 오마 미국 하원의원.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 의원은 지난 1월 하원에 입성한 초선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위터에서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 로비 비판했다가
텃밭인 유대인 표 이탈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 경고 받아
“‘반유대주의’적 발언 반성한다” 사과 나서
미국 주류 내 ‘유대인 파워’ 확인해준 사례

친 트럼프 행정부 성향의 이스라엘 이익단체를 공격했다가 큰 곤경을 치른 일한 오마 미국 하원의원.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 의원은 지난 1월 하원에 입성한 초선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반유대주의는 실재한다. 반유대주의적 비유에 대한 고통스러운 역사를 알려준 유대인 친구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미국의 30대 무슬림 초선 하원의원이 보수 성향의 유대인 이익단체를 비판했다가 호된 비판에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소동은 사소하게 시작됐다. 미국 언론인 글렌 그린월드는 10일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무슬림 여성 의원인 일한 오마(37)와 라시다 탈리브(43)를 징계하자고 주장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 의원은 이 글을 리트위트하며 “이는 벤저민(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하나로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저민 프랭클린) 때문”이란 감상을 남겼다.

그러자 한 시민이 오마 의원에게 “누가 미국 정치인들이 친이스라엘적인 정책을 펴도록 돈을 내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질문했다. 오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이스라엘 이익단체인 “에이팩(AIPAC,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이라고 답했다.

오마 의원이 미국·이스라엘위원회를 언급하자 공화당뿐 아니라 소속 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소동이 벌어졌다. 동료 의원들의 매정한 비판이 쏟아진 데 이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 등 당 지도부까지 나서 오마 의원의 발언을 ‘반유대주의’라고 규정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오마 의원은 11일 트위터에 “내 의도는 내 지역구민들이나 유대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로비스트들의 역할에 문제가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꺼이 나서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과가 충분치 않다”며 공세에 끼어들었다.

일한 오마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오마 의원은 ‘반유대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미국 내 이익단체의 문제적인 활동은 계속해 추궁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마 의원 누리집 갈무리
이 소동은 미국 주류 사회 내에서 ‘유대인 파워’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 3억3천만명 가운데 2% 정도에 그치는 유대인들은 정계·재계·금융계·언론계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3년 10월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연 수입이 15만달러를 넘는 가구’ 비율이 미국인 전체에선 8%지만, 유대인 가구에선 그 세배 넘는 25%였다. 또 유대인의 대졸자 비율(58%)은 전체 미국인(29%)의 두배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것은 오마 의원이 공격한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팔레스타인 정책을 주도해온 미국·이스라엘위원회였지만, ‘텃밭’인 유대인 표 잠식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온건파 친이스라엘 이익단체인 제이스트리트 조사를 보면, 지난 대선에서 유대인의 70%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이는 25%에 그쳤다. <뉴욕 타임스>는 “펠로시 의장 같은 기성세대와 달리 자유주의적인 젊은 세대는 인권유린 문제로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돼가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내의 분화가 공화당에 정치적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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