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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7 15:03 수정 : 2019.05.17 19:27

AP 연합뉴스

20세기 건축 거장들 중 한 명…현대성과 실용성 강조
중국 태생…“9살에 상하이 호텔 짓는 것 보고 건축가 꿈”

AP 연합뉴스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설계했으며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들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I.M. 페이(102)가 16일 별세했다. 미국 언론들은 페이가 뉴욕 맨해튼의 집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박물관, 공공건물, 호텔, 학교 등 그의 많은 작품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입구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1989년 건축)다. 가장 오래된 부분은 12세기에 건축된 루브르박물관의 외관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콘셉트인 유리 피라미드는 건축 당시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이 설계자로 선택한 그는 프랑스인이 아니라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부터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페이는 4달간 프랑스 역사와 루브르박물관에 대해 공부한 뒤 설계에 들어갔다. 마침내 21m 높이의 유리 피라미드와 3개의 작은 피라미드가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비판이 나왔다. 페이 자신도 이게 평생의 작업들 중 가장 힘든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 유리 피라미드는 박물관에 전시된 많은 걸작들과 함께 루브르의 중요한 상징물이 됐다.

댈러스 시청. AP 연합뉴스
페이가 설계한 다른 유명 건축물로는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동관, 매사추세츠주 도체스터에 있는 존 F. 케네디 도서관, 콜로라도주 볼더의 국립환경연구소, 텍사스주 댈러스 시청, 중국 쑤저우박물관 등이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 케네디는 남편을 기념할 공간을 설계할 사람으로 페이를 선정했고, 케네디 도서관 설계는 페이의 명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페이의 건축은 현대성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유리와 철을 즐겨 사용했고, 대담함과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그는 2008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현대 건축은 무엇에 현대성을 입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역사성을 의식하는 설계도 했다.

페이는 1917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났다. 9살 때 은행 간부인 아버지를 따라가 상하이에서 살면서 25층짜리 호텔을 짓는 것을 보고 건축가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1935년 미국으로 이주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다. 페이는 뉴욕 건축설계회사에서 300명 정도를 고용할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던 1974년 중국을 다시 찾은 그는 소비에트 양식 건물들을 혹평하면서 “비굴하게 동유럽 양식을 따르지 말고” 중국의 전통으로 눈을 돌리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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