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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2 17:37 수정 : 2019.08.12 20:26

지난 8일 미국 뉴욕 남부지검의 제프리 버만 검사가 다수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를 받는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기소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불과 이틀 뒤인 10일 새벽, 수감 중이던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2002~05년 미성년자 다수 성범죄 억만장자
2주전 자살 시도 ‘집중감시’…사흘만에 해제
소식통 “사망 당일, 룸메이트·감시 없었다”

검찰, 정·재계 권력자 네트워크 혐의 조사중
NYT, “다수 계좌·유령회사에 수백억 입출금”

지난 8일 미국 뉴욕 남부지검의 제프리 버만 검사가 다수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를 받는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기소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불과 이틀 뒤인 10일 새벽, 수감 중이던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성년자 수십명을 상대로 한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의 특별사동에 수감 중 지난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의 석연찮은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엡스타인의 사망 시간으로 추정되는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에 그에 대한 감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온갖 음모론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재판을 앞둔 피의자가 갑자기 사망한 원인과 배경, 그가 평소에 관계를 맺어온 정·재계 최고 거물들의 성범죄 연루 여부, 향후 범죄 피해자들의 보상을 비롯한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엡스타인은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6일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자살을 시도해 집중 감시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불과 사흘만에 감시 대상에서 해제됐다. 연방 교도소 규정에 따르면 특별 사동의 교도관들은 자살 감시 수감자에 대해 하루 24시간 내내 30분마다 상태를 점검해야 하며, 잠든 것으로 보일 때에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장 큰 의혹은 엡스타인의 사망 경위다. 미 연방 교정국은 일찌감치 엡스타인의 사인을 “명백한 자살”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뉴욕 검찰과 법의학팀은 11일 엡스타인의 주검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으며, 결론을 내리기까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쪽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민간 병리학자도 부검에 입회했다. 엡스타인의 변호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누구도 감옥에서 숨져선 안된다”며 “검찰과 관련 당국이 이 비극적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11일 <시엔엔>(CNN) 방송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 엡스타인이 숨진 밤 사이에 그의 감방에는 일상적인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엡스타인이 애초 다른 수감자와 감방에 함께 지냈으나 사건 당일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혼자 있었다고 밝혔다. 타살 혐의점은 없으나, 자살 감시가 이례적으로 부실했다는 이야기다. 연방 교정국은 섣부른 감시 해제 또는 감시 소홀 논란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엡스타인의 사망으로 그에 대한 형사범죄 소추도 종료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배상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 나아가, 그의 성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포함해 전체적인 진실 파악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수사 당국은 엡스타인이 평소 친분을 쌓아온 정·재계 권력자들과 사회 유명 인물들의 범죄 연루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미국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여성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다수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을 들고 비난 시위를 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불과 이틀 뒤인 10일 새벽 수감 중이던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는 11일 “엡스타인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엡스타인의 수십개 은행계좌와 해외의 유령회사, 권력층과 연관된 자선재단 등을 통해 수천만 달러(수백억원)의 거금이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에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된 회사에 8800만달러(약 1070억원)의 거액이 입금된 적이 있으며, 패션·유통 재벌인 레슬리 웩스너의 자선단체로도 수천만 달러가 입금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투자은행 제이피 모건과 대형은행 도이체 방크도 엡스타인과 거액의 거래를 한 적이 있다.

한편, 엡스타인과 교류해온 저명 인사들은 지난달 그가 체포된 직후부터 적극적인 ‘거리 두기’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꼬집었다. 대표적인 명사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영국의 앤드루 왕자, 영국 언론재벌 로버트 맥스웰의 딸인 길렌, 2007년 엡스타인의 섹스파티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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