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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9 15:13 수정 : 2019.08.19 20:36

그린란드 풍경. <월스트리트 저널>

”전략적으로 흥미로운 것” 공개적으로 관심 확인
백악관 경제위원장 “부동산 잘 아는 트럼프가 원해”

덴마크 총리 “판매용 아냐 터무니없는 논의” 일축
그린란드 “트럼프, 골프치러 한번 와보라” 비꼬아

그린란드 풍경. <월스트리트 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간간이 언론보도와 풍문으로 흘러나오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땅을 매입하는 방안을 진짜로 검토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처음 확인했다. 광물·어류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새로운 모험 여행지이자 전략적 북극 요충지인 그린란드 매입설이 나오자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주민들(인구 5만6천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격분하고 있다.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판매용 땅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논의”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활주로에서 기자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검토설과 관련해 “그것이 어쨌든 알려졌고 우리가 논의했던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있고, 우리는 덴마크와 매우 좋은 동맹이다. 그래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것은 미국을 위해 전략적으로 흥미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15일 보도를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는 이어 “그것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부동산 딜이며, 많은 것이 이뤄질 수 있다. 그들(덴마크)은 1년에 7억달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는 연간 5억9천만달러(그린란드 연간 예산의 약 60%)를 덴마크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전략적 장소이며 많은 가치 있는 광물을 보존하고 있다. 부동산 매입을 잘 아는 대통령(트럼프)이 살펴보기를 원한다. 그것(구상)은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46년 그린란드 매입(1억달러)을 제안했고 당시 덴마크는 거부한 적이 있다. 그린란드 매입 검토설은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 방문 일정을 앞두고 나왔다.

그린란드에 있는 나인홀 골프클럽. <월스트리트 저널>
덴마크 정부는 트럼프의 판타지 섬 구상에 즉각 반발하며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이날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를 방문해 현지 언론에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진지한 의미를 둔 것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며 “키엘슨 그린란드 총리도 그린란드는 투자 등 비즈니스에는 열려 있지만 매매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덴마크 인민당의 외교담당 대변인은 “트럼프가 이 아이디어를 정말로 고려하고 있다면 미쳤다는 증거다.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아먹는다면 완전히 정신나간 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틴 리데가드 덴마크 전 외무장관은 “만약 사실이라면 그린란드를 군사적 충돌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 한계권에서 남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그린란드 누크 지역의 한 골프장 대표 미스터 토를레이프센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내내 눈으로 덮여 있어 1년에 딱 4개월만 개장하는 여기에 트럼프가 골프를 치러 온다면 환영한다. 하지만 막상 공을 쳐보면 어렵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린란드 매입을 구상하기 이전에 먼저 골프치러 한번 와보라”고 비꼬았다.

북극 그린란드(면적 약 210만㎢)는 세계 최대의 섬이다.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뒤 주민투표를 통해 2009년부터 행정 자치권을 얻었다. 다만 외교·국방·통화정책은 여전히 덴마크에 의존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을 통해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심 멤버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그린란드 전문 컨설턴트 다민 드조지는 “덴마크가 워싱턴과 베이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린란드와 북극 덕분”이라며 “일부 그린란드 주민은 이 섬에 중국의 투자 유치를 원하는 반면, 대부분은 미국의 투자 관심을 원한다”고 말했다. 제퍼슨 파월 교수(튜크대 법대)는 “1803년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구입할 때 양국간 협의에 2세기나 걸렸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식민지가 아니다. 덴마크의 지원금 약 6억달러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도 주권을 미국이 사들이겠다는 건 고려할 가치가 전혀 없는 말”이라고 트럼프의 구상을 비판했다. 미국은 1917년 덴마크로부터 버진 아일랜드를 매입한 바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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