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6 13:51
수정 : 2019.09.26 15:37
미국 민주당에 탄핵 추진의 빌미를 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 7월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가 발단이 됐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각)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크게 6가지다. 다만, 백악관은 이 녹취록은 ‘말한 그대로’ 적은 게 아니라, 당시 통화 현장에 있던 백악관 상황실과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의 기록과 기억을 종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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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언급
트럼프: “바이든의 아들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다. 바이든이 기소를 중단시켰고, 많은 사람은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법무부 장관(윌리엄 바)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할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그래서, 당신이 이를 조사할 수 있다면…나한테는 끔찍한 얘기로 들린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새로 임명되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시켜서 바이든과 그 아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 통화가 있기 두 달 전에 우크라이나의 검찰총장은 바이든 집안의 범죄를 수사할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후 젤렌스키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트럼프는 그에게 바이든 집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부통령 때인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쪽에 당시 검찰총장 빅토르 쇼킨을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오바마 행정부 쪽은 당시 쇼킨이 부패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아 우크라이나 개혁 차원에서 이런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쇼킨은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에 대한 수사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그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바이든은 2018년 외교관계위원회(CFR) 모임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신이 쇼킨을 해임한 공적을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 쪽은 바이든이 이런 말을 하는 동영상을 퍼트리며, 바이든이 아들의 수사를 막으려고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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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와 압력 여부
트럼프: “우크라이나를 위해 우리가 많은 것을 한다고 말하려고 한다. 우리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쓰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아주 잘해줬다. 그것이 반드시 상호적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련다. 왜냐하면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아주 잘했다.”
젤렌스키: “방위 분야에서 당신의 큰 도움에 대해 감사한다. 우리는 다음 조처들을 위해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됐다. 특히, 우리는 방위 목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재블린(대전차 미사일)을 더 많이 구매할 준비가 됐다.”
트럼프: “나는 당신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기를 바란다. 왜나햐면, 우리나라는 많은 것을 했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 통화가 있기 적어도 1주일 전에 트럼프는 믹 멀베니 비서실장 대행에게 의회에서 승인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5천만달러 군사원조 제공을 9월 중순으로 늦추라고 지시했다. 젤레스키는 그 중단된 군사원조가 재개되면 미국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의 이런 의향에 대해 트럼프가 ‘호의를 베풀라’고 말한 것은,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든에 대한 수사로 ‘호의’를 보이라는 것이라고 민주당 및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은 주장한다. 트럼프는 더 나아가 자신을 옥죄었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요청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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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 개입 요청
트럼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 서버. 전체 상황에서 많은 일이 진행됐다. (…) 법무부 장관이 당신이나 당신 사람에게 전화하게 하고 싶다. 당신이 밑바닥까지 파헤치기를 원한다. 당신이 어제 본 것처럼, 말도 안되는 전체 상황은 무능력자인 로버트 뮬러라는 이름의 사람에 의해 아주 형편없이 끝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다고 많이 말한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우크라이나에 소재한 서버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을 한다.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를 직접 수사하고, 이 수사에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관여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수사 내용을 뒤집는 쪽으로 우크라이나가 바 법무부 장관과 협력해 수사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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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니 개입 요청
트럼프: 당신들에게 아주 좋은 검사가 있었는데, 잘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주 불공정하다. 많은 사람이 좋은 검사가 잘렸고, 나쁜 사람들이 관여했다고 얘기한다. 줄리아니는 아주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는 뉴욕 시장이었고, 아주 훌륭한 시장이었다. 그가 당신에게 전화하라고 하겠다.
‘좋은 검사가 잘렸다’는 트럼프의 언급은 바이든의 압력 뒤 해임된 빅토르 쇼킹을 의미한다. 그는 쇼키니 바이든의 부당한 압력으로 해임된 희생양으로 묘사한다.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이 문제를 상의하라고 요청한다.
줄리아니는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중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에서 이런 논란의 통화를 한 것도 줄리아니가 트럼프를 움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촉에서 트럼프가 줄리아니에게 의존해 행정부의 대외정책 관리들과 알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보좌관은 현재의 논란은 줄리아니가 “이 과정에서 자신을 끼워 넣은” 직접적 결과라고 말해,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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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수사에 대한 젤렌스키의 동의
젤렌스키: “우리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해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 될 것이다. 의회에서 승인받은 내 후보는 9월에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을, 특히 당신이 이 문제에서 언급했던 그 회사를 들여다볼 것이다. 이 사건의 수사 문제는 사실 우리가 살피고 수사에 힘쓸 정직을 복원하는 문제이다. 이에 더해, 당신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추가적 정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중히 요청한다.”
젤렌스키는 이 대목에서 명백히 트럼프가 요구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동의한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이 임명할 검찰총장이 지휘할 수사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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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의 아부
젤렌스키: “우리는 크게 이겼고, 이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우리는 열심히 일했으나, 당신한테 배울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우리는 몇몇 당신의 기술과 지식을 잘 사용했고, 우리 선거를 위한 사례로 그것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젤렌스키는 대화 말미에 트럼프에 아부하는 이런 말로 채운다. 그는 더 나아가 트럼프가 즐겨 하는 말인 “하수구를 청소한다”를 인용하며, 자신의 목표가 부패 척결이라고도 강조한다. 그는 특히 지난번 뉴욕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트럼프 타워에서 숙박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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