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1 19:32
수정 : 2019.11.0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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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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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반정부 시위 확산되자
피녜라 대통령 “시민 안전 우선”
APEC 사무국 “칠레 결정 지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불투명
별도 장소에서 서명할 가능성도
문 대통령 순방 구상도 변경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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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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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어지는 칠레가 오는 16~17일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개최를 전격 취소했다. 이번 칠레 정상회의 때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공식 서명하기로 한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지 우려된다. 양국은 일단 “무역협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양국 정상이 서명할 제3의 대체 장소로 알래스카와 마카오를 거론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11월 아펙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런 결정이 “최근 몇 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 사회적 평화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에 출범한 아펙은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지역경제협의체다. 올해 아펙 정상회의는 아예 건너뛰게 될지, 아니면 나중에 칠레 또는 다른 장소에서 열릴지 불투명하다. 싱가포르에 본부가 있는 아펙 사무국은 지난 30일 “칠레와 회원국의 안전과 안녕이 아펙의 최우선 순위”라며 “사무국은 개최를 중단하기로 한 칠레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서는 준비된 제2의 (아펙 정상회의) 후보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개막 보름을 앞두고 갑자기 회의가 취소되면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 참가국 정상들 간의 다자 회담과 양자 회담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티아고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게 될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이번 아펙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만나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10월12일)에 공식 서명하려 했던 일정도 변경과 차질이 우려된다. 도이체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뢰크는 <블룸버그> 통신에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양국은 아펙 회의를 앞두고 합의안 문서화 작업을 위한 후속 접촉을 해왔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별도의 장소에서 따로 만나 조만간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쪽은 31일 “우리는 같은 ‘시간 프레임’(11월16~17일) 안에 중국과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양국 간 무역협상은 예정대로 계속될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양국 협상대표들이 1일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은 미·중 정상의 서명을 위한 대체 장소로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중국이 받아들일 만한 잠재 후보지로 여기고, 중국은 마카오를 대안으로 보는 것 같다”고 양국 무역협상에 밝은 소식통의 말을 따 보도했다. 싱가포르 등 제3국도 거론된다. 한편, 이번에 함께 취소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대해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다른 장소 등) 개최를 위한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kye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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