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6 17:52
수정 : 2019.11.07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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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치러진 미국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앤디 버시어 주정부 법무장관(오른쪽)과 부지사 후보로 함께 출마한 재클린 콜먼이 0.4%포인트 차이로 공화당의 맷 베빈 현 주지사 쪽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루이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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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투표 전날 직접 지지 호소했지만
민주당 앤디 버시어 후보, 현 주지사에 신승
버지니아 상·하원도 25년 만에 민주당 장악
“트럼프에게 큰 좌절 안겨줬다” 평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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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치러진 미국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앤디 버시어 주정부 법무장관(오른쪽)과 부지사 후보로 함께 출마한 재클린 콜먼이 0.4%포인트 차이로 공화당의 맷 베빈 현 주지사 쪽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루이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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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치러진 미국 중서부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 끝에 현직 공화당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5년 만에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 이슈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던 만큼, 트럼프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치러진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앤디 버시어 주정부 법무장관이 49.2%를 득표해, 공화당 소속 맷 베빈 현 주지사(48.8%)를 눌렀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0.4%포인트에 불과했다. 버시어는 물론 미 언론들도 버시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베빈은 “부정이 있었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켄터키주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2016년 대선 당시 3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준 곳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선거가 동전 던지기만큼이나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접전이 된 것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가 약해져서라기보다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베빈에 대한 ‘심판’ 정서가 워낙 높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베빈은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에게 “폭력배” “말 안 듣는 애들 같다”는 식의 막말을 일삼아 논란이 됐고, 부지사와의 관계도 틀어지는 등 인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반베빈’ 정서가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곤 해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공화당엔 뼈아픈 실책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베빈이 이번 선거 내내 자신이 ‘트럼프의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하는 등 트럼프 지지층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투표 전날 트럼프가 직접 켄터키 렉싱턴을 찾아 지원 사격에 나섰는데도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한 것이 아픈 부분이다. 트럼프는 이날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트위터에 “(내가) 마지막날 최소 15%포인트를 끌어올렸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나 보다”라며 짐짓 크게 실망하지 않은 듯한 글을 올렸지만,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에게 큰 좌절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치러진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원 의석 40석 중 21석, 하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상원(20석)과 하원(51석)을 모두 되찾아왔다. 민주당이 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은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이로써 버지니아주는 주지사와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은 강세 지역인 뉴저지 하원 선거에서도 무난하게 다수석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치러진 지방선거 4곳 가운데 3곳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것이다. 공화당은 이번에 전통적 텃밭인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 테이트 리브스 후보가 52.3%를 득표하면서 짐 후드 민주당 후보(46.3%)를 눌러 간신히 체면을 차렸다. 미시시피는 1999년 이후 민주당이 주지사 선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지역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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