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9 16:07
수정 : 2019.11.20 02:32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이타마라티궁에서 열린 제 11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브라질리아/타스 연합뉴스
|
“중국, 브라질 미래에 더많은 부분 차지할 것”
최근 브릭스 정상회의 계기로 친중 행보 강화
화웨이 ‘5G 장비’ 도입 친중 행보 시험대될 듯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이타마라티궁에서 열린 제 11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브라질리아/타스 연합뉴스
|
“중국은 점차로 브라질 미래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난 13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국 모임) 정상회의 일정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별도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해온 보우소나루가 브릭스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친중’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브라질을 사들이려 한다”며 중국을 향해 “탐욕스러운 포식자”라고 비난하던 것을 생각하면 태도가 180도 전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가다.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라질이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연스레 중국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보호주의가 세계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무역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발짝 물러서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브라질은 원하는 어느 나라와도 자유롭게 교역한다”는 현실적·실용적 태도를 표방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팬’을 자처하며, 친미 일변도 외교·경제 정책을 펴왔던 보우소나루의 이런 태도 변화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지지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를 기대했는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을 제쳐놓고 아르헨티나와 루마니아의 가입 요청 서한을 오이시디에 보낸 것이 한 예다.
중국이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10월 브라질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15억달러(약 25조1421억원)의 흑자를 냈다. 대미 적자는 11억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6일 브라질 심해유전 개발 입찰에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데 이어, 브릭스 정상회의 기간에 브라질에 10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등 ‘브라질 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는 브라질의 친중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 브라질 정부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중국 화웨이의 5세대 통신장비의 사용 금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리스크 컨설턴트인 치아구 지 아라강은 “보우소나루 집권 이후 경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장하지 못 했다“며 “브라질이 중국을 버릴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