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난해 재무부의 북 인사 제재에 ‘김정은은 내 친구’ 격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인권 문제로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격분한 사실이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신간을 통해 19일 공개됐다. AFP 연합뉴스

“인권탄압 북 인사 3명 제재 발표에…트럼프 ‘누가 이랬느냐’ 추궁”
트럼프 정부 난맥상 고발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 신간서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인권 문제로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격분한 사실이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신간을 통해 19일 공개됐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인권 문제로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격분한 사실이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신간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한 미 정부 고위 관리가 19일 출간한 책 <경고>에서 이런 일화를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말 재무부가 인권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에 분노해 트럼프가 “누가 이랬느냐”고 추궁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저자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돼 “아버지가 숨졌을 때 25, 26세밖에 안 된 남성 중에 몇이나 이 터프한 장군들을 넘겨받겠느냐. 그는 보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을 가리켜 “놀랍다”며 “고모부를 제거하더니 이 사람, 저 사람을 쓸어버린다. 이 녀석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동의로 성사됐으나 내부에선 이를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북한을 위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관료들로부터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만나기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즉석에서 김 위원장과 대면하겠다는 데 동의했으며, 그 결과 미국과 북한의 국가 지도자 간 첫 만남이 성사됐다고 이 책은 전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관료들을 포함한 참모진들은 “허를 찔렸다”고 표현했다. 백악관은 당시 겉으로는 북미정상회담 수락을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비핵화 협상 희망을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돌파구처럼 묘사했으나, 내부적으로는 “그것을 매우 어리석다고 생각했다”고 저자는 밝혔다.

저자는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에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주요한’ 양보를 먼저 받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수락 불과 몇 시간 전,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기자들에게 ‘북미 관료들 간의 협상도 너무 이르다’고 말한 것도 북한이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성’인 미 대통령과의 만남 기회를 베풀지 않겠다는 시각을 담고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익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한 책 <경고>

익명의 저자는 ‘최대 압박’ 대신 ‘따뜻한 유화정책’이 미국의 대북외교 노선이 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보다는 ‘연극법’에 더 휩쓸렸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성인 정치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억에 남을 쇼로 만들기 위해 ‘성인식’처럼 준비됐다는 것이다. 특히 케이블 뉴스에 출연한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를 조성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을지 모른다고 바람을 넣은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그는 “이 ‘위대한 협상가’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이라고 부른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부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북한이 핵폭탄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이나 세부사항에 개의치 않았다고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커넥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너무나도 자신했으며 중요한 것은 세부사항이 아니라 ‘화학작용’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아무런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공직에 몸담는 동안 백악관 집무실의 성인 남성이 폭력배 같은 독재자에게 마치 흠모하는 10대 팬처럼 이렇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순진하다는 말은 충분치 않다. 렉스 틸러슨, 짐 매티스(당시 국방장관), 댄 코츠(당시 국가정보국장), 마이크 폼페이오(당시 중앙정보국장), 니키 헤일리(당시 유엔대사), 마이크 펜스(부통령) 등 현 행정부의 그 어떤 인사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분명 북한에서도 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친구들에게 창피를 주는 것 이상의 일을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철회하기 직전까지 갔던 일과 일본과의 방위협정 폐기를 위협한 일 등을 예로 들었다. 이정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