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6 19:14
수정 : 2019.11.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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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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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호검증 공개 허용
캠퍼스 성범죄 정의와 범위도 좁혀
대학들 “캠퍼스를 법정으로 만든다” 반발
미 언론 “트럼프 행정부, ‘미투운동’ 역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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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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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부가 대학 캠퍼스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 혐의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규칙 제정을 시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교육부는 캠퍼스의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 혐의자와 피해자의 주장을 상호 검증토록 하는 규칙 제정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대학 당국에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을 상호 검증토록 허락하는 지침을 주는 이 조항은 1년 전에 제안됐다. 당시에도 논란이 컸던 사안인데 이번 규칙 제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지난해 규칙 제정 발표에서 새로운 규칙은 고소인에게 편향됐던 캠퍼스 성범죄 처리 체계에서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디보스 장관은 이 규칙이 피해자와 가해 혐의자에게 모두 명확함과 공정함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규칙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성범죄 사건에서 대학 당국이 가해 혐의자와 피해자의 법적 대리인들이 공개청문회에서 상호검증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을 지지하는 쪽은 학생들이 같은 사건을 놓고 다른 기억을 하는 상황에서 상호검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법원이 공립학교에서 이런 방침을 의무화한 판결들을 내렸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개인교육권리재단의 부의장인 서맨사 해리스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흔히 목격자가 없어 양쪽의 신뢰성에 기초해 판단한다”며 “양 당사자 및 증언자들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이들에게 상호검증을 대체할 수 있는 만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쪽은 이 조항이 피해자들에게 더많은 트라우마를 주고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학 당국들은 그런 조항이 캠퍼스를 법정으로 만들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수십개 대학들의 법률 업무를 대리하는 필라델피아의 한 로펌은 “(당사자들을) 직접 대면케 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트라우마를 생기게 한다”며 당사자들의 변호사 등 법적 대리인이 아니라 중립적인 조사관이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에 발표된 최종안에서는 대학 당국은 학교 프로그램이나 활동 안에서 일어난 성범죄만을 책임지도록 규정했다. 이는 캠퍼스 성범죄가 흔히 일어나는 학교 밖 숙소나 동아리, 기숙사에서 일어난 성범죄는 학교 당국이 책임지지 않는 성범죄로 간주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에 대한 엄격성이 높아졌으나, 이 규칙은 가해자들의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그 흐름을 되돌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논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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