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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16:57 수정 : 2019.11.28 19:54

지난 8월 브라질 북부의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숲을 집어삼키고 있다. 포르투 벨료/EDA 연합뉴스

경찰, 환경단체 급습해 자원봉사자 체포
축구장 16개 면적 태운 산불 책임 물어

경찰 “기금 모으려 일부러 불내고 촬영”
시민단체 “정부 주장 뒷받침 행위” 반박
그린피스 “아마존 보존 활동 불법화” 비판

지난 8월 브라질 북부의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숲을 집어삼키고 있다. 포르투 벨료/EDA 연합뉴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밀림 보호단체를 급습해 산불 진화 자원봉사자들을 되레 ‘삼림 방화’ 혐의로 체포했다. 해당 단체는 아마존 개발을 강행해온 정부의 역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6일,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아마존강 유역 도시 산타렝에 있는 비정부기구 건강과행복프로젝트 사무실에 중무장 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이 단체는 아마존 보호뿐 아니라 밀림 속 오지 마을 원주민에 대한 사회복지 및 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민단체로 유명하다. 압수수색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산불 진화에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 4명이 ‘고의 방화’로 체포됐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파라주 아마존 삼림에서 유난히 빈발한 대형산불 진화에 앞장서온 알테르두샹 지역 단체 소속으로, 건강과행복프로젝트와 연계돼 있다. 이 단체도 같은 날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알테르두샹은 파라주 아마존 강변에 있는 유명 관광도시다. 지난 9월 알테르두샹 지역에선 초대형 산불이 나서 축구장 1600개 면적의 삼림을 태우고 나흘 만에야 꺼졌다. 올해 들어 아마존에선 산불이 지난해보다 83%나 급증한 반면, 환경 훼손 벌금 부과는 30% 가까이 줄었다는 보고도 나온 바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 아랑곳없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개발을 위한 벌목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아마존 막개발과 산불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을 ‘개발 주권’ 논리로 무시하는 한편, 비정부기구들이 산불을 지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지구관측 위성이 지난 8월 촬영한 사진에 광대한 아마존 밀림 지역 곳곳이 벌건 불길로 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사 제공/EPA 연합뉴스

경찰의 체포작전 하루 전인 25일, 지역 일간 <폴하 데 상파울루>는 “알테르두샹의 삼림보호 지역이 부동산개발업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으며 연방검찰은 산불 중 하나가 토지 강탈자들의 방화로 시작됐다고 의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브라질 경찰은 이번 체포 작전이 기부금 조성을 위해 고의로 산불을 질러온 비정부기구들에 대한 수사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체포된 자원봉사자들이 일부러 산불을 내고 화재 현장을 촬영해 배포한 뒤 정부에 산불 통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뿐 아니라 인권·환경단체들은 이번 체포작전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건강과행복프로젝트의 창립자 에우제니우 스카나비누는 <비비시>에 “경찰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무엇으로도 체포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번 체포작전이 비정부기구들이 산불을 지르고 돈을 훔쳐간다는 (보우소나르 정부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뒷받침하려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번 체포는 아마존 보존 운동과 시민단체들을 불법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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