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02 16:33 수정 : 2019.12.03 02:32

미국 국토안보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운영한 가짜대학인 파밍턴대학교가 폐쇄됐음을 알리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안내문.

디트로이트에 유령대학, 3년 만에 폐쇄
“학위 과정” 홍보…비밀 요원이 교직원

600여명 등록…올해만 250명 체포·추방
변호인 “합법 홍보 뒤 부당한 덫” 비판
1분기 2500달러 비싼 수업료까지 챙겨

미국 국토안보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운영한 가짜대학인 파밍턴대학교가 폐쇄됐음을 알리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안내문.

미국 정부가 국내에 가짜 대학을 세우고 불법체류 외국인 학생들을 대거 체포해 추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온 애먼 유학생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미국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최근 몇 달 새에만 90여명을 포함해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250여명의 외국인 학생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 일간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체포된 학생 대다수는 인도 출신으로, 대부분 본국으로 추방됐으나 일부는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며, 한 명은 이민 담당 판사로부터 합법적인 체류권을 인정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2016년 초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디트로이트에 ‘파밍턴 유니버시티’라는 가짜 대학교를 설립한 뒤, 기술과 컴퓨터 공학 분야의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광고했다. 대학 웹사이트에는 “파밍턴 대학교는 활기 넘치고 성장하는 기관으로, 학생과 교수진은 진취적이고 협동적인 환경에서 당신이 학문적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조기 등록을 권유하고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적어놨다. 그러나 실제 수업이나 교수진은 전혀 없었으며, ‘교직원’은 이민세관단속국의 비밀 요원들이었다. 외국 태생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불법체류자들을 유인하려는 ‘함정 수사’였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 대학에 등록한 학생은 6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엔 단지 미국 체류를 목적으로 학생비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등록한 이들도 많았다. 국토안보부는 이런 가짜 유학생들을 소개해온 학생비자 전문 이민 브로커들을 대거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온 유학생들은 함정 수사의 덫에 빠진 희생양이 됐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운영한 가짜대학인 파밍턴대학교가 폐쇄되기 전 신입생 등록을 유인한 누리집 안내문. 파밍턴대 누리집 갈무리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체포된 학생들은 합법적인 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했으나, 파밍턴 대학이 연방정부의 유령대학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올해 1월 문을 닫은 뒤부터는 이주자 지위를 상실(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안보부 디트로이트 지부는 “지금까지 체포된 학생의 약 80%는 자진출국 요구를 수용해 미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또 “나머지 20% 중 절반은 법원의 최종 출국 명령이나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의 강제출국명령을 받았으며, 나머지 절반은 이민검토행정국(EOIR)에 구제 신청을 냈거나 체류 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학생들의 변호인들은 “국토안보부가 파밍턴 대학의 웹사이트에 이 대학은 합법이라고 홍보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부당하게 덫에 걸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토안보부 등의 함정수사에 관여했던 대학인증기관도 파밍턴 대학을 ‘합법적 대학’ 목록에 올렸다.

더욱이, 이 합법적 가짜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모두 수백만달러(수십억원) 규모의 비싼 등록비와 수업료까지 받은 것도 논란거리다. 한 학생이 ‘알리 밀라니’라는 이름의 파밍턴 대학 총장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학부 수업료가 1/4분기당 2500달러(약 295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까진 누구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함정 수사’에 학비를 받은 데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