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3 18:08
수정 : 2019.12.0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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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미국 의료인 단체 ‘전국 건강 프로그램을 위한 의사들’의 회원들이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가 미래”라고 쓴 펼침막과 홍보 포스터를 펼쳐보이며 지지의 건강보함 개혁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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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로비스트, 지역신문 기고 작성 도와”
“샌더스의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는 위험”
2개주 의원 3명 “초안·수정에 도움” 인정
유력자 필명에 기대 공공 관심사 여론조작
시민단체 “기업 탐욕의 체계 개혁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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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미국 의료인 단체 ‘전국 건강 프로그램을 위한 의사들’의 회원들이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가 미래”라고 쓴 펼침막과 홍보 포스터를 펼쳐보이며 지지의 건강보함 개혁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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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업계가 주의회 의원들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공공연히 비난하도록 적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보험사들이 영리 추구를 위해 건강보험의 공공성 보장에 반대하는 전방위 로비를 펴는 데서 나아가, 그런 주장과 논리가 유력 정치인의 의견인 양 포장하는 여론조작까지 손을 뻗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 보험업계의 로비스트들이 주의회 의원 3명에게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방안을 비롯한 연방 정부의 건강보험 개입을 위험시하는 내용의 의견 기고(op-eds)를 지역 신문에 싣도록 초안 작성과 원고 수정을 도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일 당사자들의 이메일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로비 대상으로 확인된 의원은 몬태나주의 캐시 켈커 하원의원(민주)과 젠 그로스 상원의원(민주), 오하이오주의 스티브 허프먼 상원의원(공화) 등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는 2020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경선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건강보험 개혁안이다. 모든 미국인이 1차 진료부터 의료 시술과 처방 약 구입까지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도록 단일한 국가 건강보험 체계를 수립하자는 게 뼈대다. 재원은 주로 부자 증세와 소득기반 보험료 징수로 충당하도록 했다. 이는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다수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벌금을 내도록 한 ‘전 국민 의무 가입’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전 국민 의무 가입은 대다수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 중이지만, 미국에선 지금도 급진적이란 딱지가 붙는다.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오바마 케어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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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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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러 의원과 그로스 의원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각각 다른 신문에 실은 기고문에는 로비스트이자 컨설턴트인 존 맥도널드의 말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그로스 의원은 맥도널드가 ‘아메리카 건강보험의 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을 대리해 자신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 로비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병원, 민간보험사, 제약회사, 그 밖의 민간 건강 관련 업체들이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를 출연해 설립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별개로 허프먼 의원의 보좌관도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비판한 허프먼 의원의 신문 기고가 캐슬린 덜랜드라는 로비스트의 도움으로 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어느 기고도 이런 사실을 밝히진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들은 로비스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현안으로부터 어떻게 공적 여론을 왜곡시키려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샌더스 의원은 2일 트위터에 “우리의 고장 난 건강보험체계에서 이득을 얻는 민간보험 로비스트들은 사람들이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에 준비가 된 것에 겁먹었다”며 “우리는 그들처럼 무한정 돈은 없지만 국민이 있으며,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시민단체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비즈니스’의 웬델 포터 대표는 <워싱턴 포스트>에 “보험사와 로비스트들은 국민 생명을 구하는 보험 보장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기이하더라도 어떻게든 비굴해질 것”이라며 “이는 탐욕스런 기업들이 누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지를 결정하는 고장 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최소한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업계가 만든 논점을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지도자의 ‘바이라인’(필자명)에 얹는 것은 과거부터 있어 온 여론조작의 충실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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