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2 16:15
수정 : 2019.1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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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11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보석심리를 마친 뒤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맨해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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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취하 위해 1인당 50만달러 이하 지급
피해자 일부 “상당액이 변호사 차지” 합의 거부
와인스틴 성폭행 형사재판은 계속…1월6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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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11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보석심리를 마친 뒤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맨해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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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이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피해 여성들과 2500만달러(299억원)에 소송을 끝내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이 이번 합의가 이에 응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와인스틴 쪽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와인스틴과 파산한 그의 영화 제작사인 와인스틴 컴퍼니 이사회는 와인스틴과 회사 측을 상대로 현재 걸려있는 거의 모든 민사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7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6명의 변호사들은 이 가운데 약 2500만달러가 성범죄 피해 여성들에게 지불될 금액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합의금 중 620만달러 정도가 18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1850만달러는 뉴욕주 검찰총장이 이끄는 집단소송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파산법원의 최종 승인과 이해 당사자들의 최종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합의가 승인되면, 와인스틴과 그의 회사에게 제기된 사실상 대부분의 민사소송이 종결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이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한 지 2년 여 만인다. 이 폭로 이후, 우마 서먼과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들을 비롯해 영화 관계자들까지 지난 30년간 그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이 1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번 합의에는 와인스틴이 자신의 범법행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진 않았다. 게다가 와인스틴 컴퍼니가 이미 파산한데다 와인스틴 역시 곧 개인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보여, 보상금은 회사 쪽 보험회사가 지불하게 된다. 와인스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영화배우 캐서린 켄달(50)은 “합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 것을 막고 싶지 않아 합의에 동의했다”며 “어떻게 그를 혼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번 합의금의 상당액이 변호사들 차지가 되고, 피해자들에게는 적은 보상만 이뤄질 것이라며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체 합의금 4700만달러 중 1200만달러 가량이 와인스틴 쪽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수임료로 지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스틴 쪽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프로듀서 알렌산드라 카노사와 배우 웨딜 데이비드의 변호사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이번 합의가 이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와 보험사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이번 합의가 와인스틴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다른 피해자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적극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잠정 합의안 속에 이 두 피해 여성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보상금 중 100만달러를 와인스틴의 변호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와인스틴 쪽이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합의와 별개로 와인스틴은 내년 1월 뉴욕주에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는 각각 2006년과 2013년 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1월6일 시작하며,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와인스틴은 이날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법원에 보석심리에 출석했는데, 법원은 와인스틴이 고의로 전자발찌를 오작동하게 만들어 당국이 위치확인을 제대로 못 하게 했다며, 보석금을 1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로 높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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