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5 15:52
수정 : 2019.12.2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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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 나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교도소 재소자들을 동원해 전화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 참석 당시의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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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가 계약 맺은 콜센터 회사가 교도소에 외주
블룸버그 쪽에 고용 사실 등 밝히지 않고 전화
시급 $7.2-월 최대 $20…지급임금 두고도 논란
블룸버그 캠프 “그런 줄 몰라…업체와 계약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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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 나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교도소 재소자들을 동원해 전화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 참석 당시의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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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교도소 재소자들을 동원해 전화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감자들의 저임금 노동력을 선거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자, 블룸버그 캠프는 곧바로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인터넷 매체 <디인터셉트>는 24일 블룸버그 후보 쪽이 계약을 맺은 콜센터 업체 프로콤이 오클라호마 쪽 교도소에서 운영하는 제3의 업체에 블룸버그를 위한 캠페인콜(전화 선거운동) 아웃소싱을 줬다고 보도했다. 프로콤이 오클라호마에서 운영하는 콜센터가 2개의 교도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적어도 이 가운데 하나인 ‘닥터 에디 워리어 교정센터’ 소속 여성 재소자들이 블룸버그 캠프를 대신해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재소자들이 블룸버그 쪽에서 돈을 받고 전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말 것과, 전화를 거는 곳이 교도소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재소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콤 쪽에선 캠페인콜을 한 사람들에게 오클라호마주의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를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교정국 누리집엔 재소자들이 월 최대 20달러(약 2만3천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오클라호마 교정국 등은 재소자들이 선거유세 전화를 하고 받은 정확한 임금을 밝히지 않았다.
교도소 내 인권 문제를 보도해온 <프리즌 리걸 뉴스>의 앨릭스 프리드먼 편집장은 “재소자들은 사실상 교도관들이 지정해주는 것 외에는 고용의 기회도, 돈 벌 기회도 없다”며 “갇혀 있는 재소자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은 착취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블룸버그가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 540억달러(약 63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라는 점 때문에 비판의 눈초리가 더욱 따가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뒤늦게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이후 21개 주에서 2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한편, 방송 광고에만 7600만달러를 쏟아붓는 등 대대적인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캠프 쪽은 비판이 일자 선거운동 전화가 교도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진화에 나섰다. 줄리 우드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재소자들을 고용한 회사와의 관계를 곧바로 단절했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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