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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6 19:20 수정 : 2005.02.16 19:20

휘귀 생물의 살아있는 박물관
섬 주민 화전 늘며 급속 훼손
정부 보호구역 확대 움직임에
주민 “숲 대신 농부나 보호를”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로 유명한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주민들이 마구잡이로 숲을 없애고 화전을 만들어 천혜의 자연환경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이곳에선 최근 정부가 숲 훼손을 막고 자연보호구역을 만들려고 하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린랜드, 뉴기니, 보르네오 다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는 토착 동·식물이 20만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분의 3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귀종들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있어 수백만년동안 독자적인 진화과정을 거친 결과다. 원숭이보다 더 오래 된 영장류인 여우원숭이 수십종을 포함해 형형색색의 토착 새들과 카멜레온 등은 마다가스카르의 명물이자 인류의 보물이 됐다.

하지만 최근 섬 곳곳에서 숲대신 붉은 흙을 드러낸 화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화전 주변에서는 야생동물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방송은 전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나무를 잘라 내고 남은 밑둥을 태운 뒤 경작지를 만들어 농사 짓는 전통이 섬의 독특한 우림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멸종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파괴 책임을 놓고 국제적 비난이 잇따르자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은 2003년 남아프리카 세계공원회의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자연보호구역을 2008년까지 현 170만헥타르(ha)에서 6백만헥타르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 마다가스카르 지역에만 서식하는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라고도 불린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자 구호 활동가들은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극빈층인 이 섬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생계를 잇기 어려운 주민들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보호대상지역 지도를 그리고 있으며, 벌목 금지를 법제화하기 전 지역사회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섬 동쪽 지방인 마하차라 마을 원로 디망슈 디마시는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우리 마을은 여러 세대 동안 이곳에서 숲을 태워 쌀을 재배했는데, 갑자기 그들(정부)이 와서 더 이상 우리에게 그럴 권리가 없다고 했다”며 “숲을 베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그는 “정부는 숲을 보호하려 하지만, 여기 사는 농부들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숲을 보호하면 땅이 수분과 영양분을 머금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이익이라는 것을 가난한 주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뱅 라보토아리손 환경장관은 “그날 그날 끼니 이을 궁리만 하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며 “주민들의 오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더 생산성 높은 농법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난방기구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방송은 주민들 협조 없이는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약속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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