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헌의회 두번째 회의마저 의장단 선출 실패 시아파-쿠르드족 다툼 고성·욕설 난무
새정부 구성 등 정치 일정 두달째 차질 이라크의 권력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30일로 이라크에서 총선이 치러진 지 두달이 됐으나, 정치세력간 이견으로 제헌의회 의장단과 새 정부 구성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중순까지 완성해야 하는 헌법 초안 작성은 물론 이에 따른 국민투표 등 향후 정치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지지부진한 제헌의회=지난 16일에 이어 미군과 이라크 경찰 등이 바그다드 중심가를 봉쇄한 가운데 29일 제헌의회가 두번째 회의를 열었지만, 주요 안건인 의장단 선출 문제에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막후 협상이 길어지면서 3시간 가량 늦게 시작된 이날 회의는 개회 직후부터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진통 끝에 다음달 3일 다시 소집하기로 하고 휴회됐다고 전했다. 앞서 시아파와 쿠르드족 협상대표들은 임시정부 대통령 출신의 가지 야와르에게 의장직을 제의했으나, 야와르는 부통령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시아파는 통일이라크연맹에 참여한 수니파 정치인 파와즈 자브라를 의장 후보로 내놨으나, 쿠르드족과 수니파 의원들이 각각 따로 후보를 내세우는 등 혼란만 되풀이했다. 지난 1월30일 총선을 통해 선출된 제헌의회는 헌법 제정과정을 책임질 새 정부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을 선출한 뒤, 이들이 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인선해 의회의 동의를 얻게 돼 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시아파 ‘통일이라크연맹’(UIA)과 쿠르드족 연합은 이미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PUK) 의장과 시아파 정치인 이브라힘 자파리를 각각 대통령과 총리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요직인 원유장관직을 포함해 각료 인선 및 권력 배분 문제를 두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니파가 자신들 몫으로 안배된 제헌의회 의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데다, 각료 인선과정에서도 쿠르드족과 같은 숫자 배분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 하고 있다.
◇ 향후 정치일정 늦어질 수도=〈뉴욕타임스〉는 29일 “오는 8월15일까지 완성하기로 한 제헌헌법 초안작성이 6개월 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럴 경우 올해 말로 예정된 국민투표까지 연기되는 등 이라크 정국 정상화 과정이 잇따라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수니파 정치인 하침 하사니(현 산업장관)의 말을 따 “남은 기간 동안 헌법안을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임시헌법(기본법)은 오는 8월1일까지 제헌정부 대통령이 헌법안 작성시한 연기를 요청하고 의회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시한을 6개월 늦출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제헌의회 의장단 및 제헌정부 핵심 요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표장을 찾았던 이라크인들의 정치권에 대한 배신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30일 한 시아파 주민의 말을 따 “(총선 이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단 한가지 변한 게 있다면 독재자가 잡았던 정권을 이제는 광대들이 장악했다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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