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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7 18:45 수정 : 2005.06.27 18:45


아마디네자드, ‘에너지 주권·인적청산’ 예고
유럽 등 외국기업들 사업네트워크 붕괴 우려

에너지 대국 이란에 보수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등장하자 세계 석유업계가 바짝 긴장한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매장량의 10%인 1308억배럴의 원유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26.7조㎥의 천연가스를 보유한 이란은 하루 약 400만배럴(오펙 2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이란 국영 석유회사(NIOC), 석유부, 마즐리스(의회) 에너지위원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업계 고위층들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인적 청산’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선거유세 때 아마디네자드는 석유산업 실권자들이 나라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마피아”라고 비판하면서 국영 석유회사의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당선 뒤 첫 연설에서도 석유산업의 불투명한 부분들을 개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패배한 라프산자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비잔 잔가네흐 석유장관을 비롯해 하디 네자드 호세이니안 석유부 장관과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델빌리 오펙 이란 대표 등 거물급 책임자들이 물러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란 석유산업에 진출한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은 오랫동안 다져온 사업 네트워크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대규모로 개발하고 있는 사우스파 가스전에서는 한국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지에스건설 등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해 왔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지휘해 마련된 현재의 에너지 정책 자체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지만, 아마디네자드 지지세력 중에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막아온 강경파들이 많아 예상보다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초점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 문제다.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26일 에너지 부문에서 외국 기업보다는 국내 투자자와 전문가, 건설회사들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 석유회사는 이슬람혁명과 이란-이라크전쟁 이후 침체된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1995년부터 수십개의 유전·가스전을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외국 기업들에 개방했다. 자원 소유권을 외국에 넘길 수 없도록 한 헌법 조항을 피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해 개발한 뒤 생산단계에 들어서면 원유를 판매해 이익을 회수하는 ‘환매’ 방식이 채택됐다. 외국 기업들은 그동안 이란 에너지 산업에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국영 석유회사 내부의 난맥상과 관료주의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란 보수파들은 이마저도 외국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내준 거래라며 제동을 걸어 왔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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