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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1 21:44 수정 : 2005.09.01 02:21

참사 발생 지점

미 이라크 침공뒤 단일사건 최대 희생 종파 갈등 악화 ‘내전 불씨’ 우려커져

이라크에서 헌법초안을 둘러싸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불안이 순례에 나섰던 시아파 신도 몇백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이번 참사가 이라크내 종파간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며 ‘내전’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희생자가 난 이번 사건 직후 이브라힘 자파리 이라크 총리는 사흘 동안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총리실은 또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바그다드 북부 카디미야는 이슬람 시아파에서 예언자의 후계자로 추앙받는 7대 이맘 무사 알 카딤(745~799)이 묻혀있는 성지다. 31일은 무사 알 카딤의 ‘순교’를 추모하는 기념일이었고 전국에서 몰려든 시아파 신도 약 100만명이 카디미야 사원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었다. 이슬람 시아파는 해마다 무사 알 카딤의 순교일이 되면 모든 상점이 철시하고 추모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길가에 카펫을 펴놓고 노숙을 하기도 하고 낙타와 소, 양을 잡아 이웃과 나누는 전통을 갖고 있다.

알 카디미야 사원이 있는 있는 이 지역은 835년 알 카딤의 손자인 제 9대 이맘 모하메드 알 자와드가 묻힘으로서 시아파 성지로 더 유명해졌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시아파 밀집 거주지가 됐고 이슬람 신학교도 들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 내무부 관계자와 목격자들의 말을 따 이날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께 순례객들이 행진하던 중 “군중 속에 자살폭탄 공격자가 있다”는 외침이 들린 뒤 공포에 질린 군중들이 한꺼번에 다리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다리 난간이 부서지면서 수백명이 30m 남짓 아래의 강에 떨어져 익사하고 또 수백명이 넘어지면서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에 깔려 압사했다. 바로 2시간쯤 전에 카다미야 사원을 겨냥한 여러 발의 박격포 공격으로 7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직후여서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정신 없이 도망쳤다. 5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군중들이 넘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고, 사망자들은 대부분 힘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들이었다고 <시엔엔>이 경찰의 말을 따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병원에는 너무 많은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실려오면서 복도와 바닥까지 환자들이 가득 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숨지고 다친 사람들이 수백명씩 실려 왔으며, 더 이상 수를 셀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오는 10월15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쳐질 영구헌법 초안을 둘러싸고 이에 찬성하는 시아파와 반대하는 수니파의 공방전이 거세지고 있던 터라 이번 사건은 종파간 대립을 훨씬 심각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수니파의 대표기구인 무슬림학자연합의 하디스 알 다리 사무총장은 <알 자지라>에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의 비극들에 또하나의 재앙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수니파가 저항세력의 주축이 된 상황에서 2004년 3월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181명이 숨지는 등 시아파 종교행사를 겨냥한 여러 차례의 공격이 있었다. 그때마다 시아파 지도부는 신도들의 자제를 당부하면서 내전 발발을 막아왔다. 이번에도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 등 시아파 지도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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