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9.01 19:58 수정 : 2005.09.01 19:58

희생자 주검찾는 유족 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병원 시체안치소에서 전날 시아파 종교행사에 참여했다 사고를 당한 희생자의 친지들이 주검을 찾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자살폭탄’ 말 한마디에 사상자 1400여명

시아파 성지 대참사 965명 사망 465명 부상
시아파 “수니파 소행”…수니파선 일축

31일 오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시아파 종교행사장에서 일어난 참사의 사상자 수가 14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관리들은 1일 965명이 숨지고 46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며,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자폭공격’ 소문에 겁 먹은 사람들이 일시에 혼비백산하면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끝날줄 모르는 폭력의 공포에 질린 이라크인들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확인시켰다. 사고 현장인 바그다드 알 아이마 다리 위에는 전통에 따라 순례객들이 벗어둔 수많은 샌들이 주인을 잃은 채 나뒹굴고 있다. 희생자들의 집단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친지들은 주검을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 조사착수, 사고원인 이견=이라크 정부는 자살테러 소문을 퍼뜨린 범인들에 대한 추적과 사건의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내 장관들도 종파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수니파인 사둔 알 둘라이미 국방장관은 수니파가 고의로 혼란을 조장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바얀 자베르 내무장관 등 시아파 고위관료 3명은 수니파 저항세력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도 “테러리스트들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며 정확한 조사와 국민적 단합을 촉구했다.

사고가 일어난 31일은 공교롭게도 10월15일 헌법안 국민투표에 참가할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국민투표 직후인 10월19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된다며 종파간 현안이 한꺼번에 등장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침공 이후 이라크 시아파 참사

시아파 ‘비극의 역사’ 재연=<로이터통신>은 이라크 시아파의 역사를 되짚으며 “비극이 재연됐다”고 전했다. 이날 시아파 신자들은 799년 수니파 지배자에 의해 투옥된 뒤 독살된 시아파 성인 이맘 무사 알 카딤을 추모하며, 그의 관을 만들어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그의 주검은 알 아이마 다리에서 티그리스강에 버려졌다고 전해진다.

시아파는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숨진 뒤 정통 무슬림을 자처하는 수니파의 지배에 반기를 든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와 그 후손들을 따르는 종파다. 전세계 13억 무슬림의 15~20% 정도인 소수파로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등에서만 다수를 차지한다. 1300년 동안 시아파는 줄곧 수니파 지배자들에게 참혹한 박해를 당했고, 인구의 60~65%를 차지하는 이라크에서도 수백년 동안 수니파의 지배를 받다가 미국 침공 뒤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다. 권력을 잃은 수니파들은 2003년부터 시아파의 대규모 종교행사나 사원, 거주지를 저항공격의 목표물로 삼아 많은 희생자를 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