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7 21:14
수정 : 2005.01.27 21:14
[눈]
나치의 광기가 빚어낸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세상에 알려진 지 올해로 60돌이 됐다. 1945년 1월27일 폴란드에 진주한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곳에서만 약 100만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달 2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인 호르스트 쾰러 독일 연방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가가 시끄럽다. “나치 집단수용소 생존자 26만여명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에서 독일어로 연설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우파 정치인들은 주장한다.
그런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탄압을 두고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과 무엇이 다르냐”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500만~6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목숨 값으로 세워진 이스라엘이 어느새 ‘가해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유대인들의 자기방어 노력을 두고 홀로코스트 운운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반유대주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000년 9월29일 시작된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티파다)로 지금까지 확인된 팔레스타인 사상자 숫자는 25일 현재 사망자 3567명을 포함해 모두 2만8448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의 집계를 보면, 이달에만도 지금까지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상자가 1명도 없었던 날은 선거 당일인 9일을 포함해 단 사흘뿐이다.
‘온건파’로 알려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1982년 옛 소련 모스크바 동방대학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나치즘과 시오니즘의 비밀스런 유착관계’였다. 그는 논문에서 “유대인 대학살은 과장됐으며 시오니스트 운동 지도부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파괴를 부추겨 전쟁 뒤 유대인 국가 건설에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지금도 그를 ‘양의 탈을 쓴 늑대’ 쯤으로 여기고 있다.
아바스 수반의 당선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화해의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26일 이스라엘 국경수비대의 총격으로 하마스 조직원 1명이 숨지고, 알아크사여단 소속 무장대원 2명이 다치면서 ‘휴전’은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팔레스타인땅에 평화가 찾아오려면 역사로부터 아직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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