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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5 18:05 수정 : 2017.10.26 14:01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리야드/AFP 연합뉴스

“지난 30년간 사우디 본모습 아냐
극단주의 오늘 당장 없앨 것”
최근 여성운전금지 해제하기도

유가 떨어지며 석유 의존 경제 탈피 절실
홍해 근처에 500조원 투자 신도시도 건설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리야드/AFP 연합뉴스
32살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중동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주의 국가를 “온건한 이슬람”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시엔엔>(CNN) 방송과 <가디언>을 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서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 우리의 종교와 전통이 관용으로 나타나는 삶 말이다. 그렇게 세계와 협력하고 세계 발전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인구의 70%가량이 30살 이하”라며 “우리는 극단주의와 30년이나 씨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오늘 당장 없애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왕위 계승 1순위였던 사촌형을 밀어내고 지난 6월 왕세자가 된 무함마드는 이전에도 국방장관 및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실세로 불렸다. 2015년 즉위한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82) 국왕과 함께 종교경찰의 체포권을 폐지하고 내년부터는 여성 운전을 허용하는 등 사우디 사회의 극단적 보수색을 지우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무함마드는 “지난 30년간 일어난 일들이 사우디의 본모습은 아니다. 지난 30년간 이 지역에 일어난 일들도 중동의 본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1979년 이란 혁명 뒤 이 모델을 여러 나라가 모방했고, 사우디도 그중 하나였다”며 문제의 근원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어 “이제 그것을 제거할 때”라고 했다.

이란에서 왕정을 내몰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혁명이 일어난 뒤, 위기를 느낀 사우디 왕정이 와하비즘(사우디에서 발원한 이슬람 원리주의)을 더욱 강화하고 극장 문을 닫아버리는 등 강경 노선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가디언>은 “무함마드의 발언이 강경파 성직자들과의 동맹을 깨뜨린 것”이라며 “제시한 개혁의 규모는 이 나라의 근대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 구상은 경제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해 석유 의존적인 사우디 경제를 다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수년간 유가가 낮아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경제 구조 개혁은 더욱 절실해졌다. 인구 대부분이 30대 이하인 ‘젊은 나라’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500만개의 일자리가 더 필요한데 현재의 경제 구조로는 이들에게 제공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 사우디가 최근 여성 운전을 허용한 것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날 행사에서 제시한 ‘신도시’는 사우디 사회와 경제가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우디는 2025년까지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자해 북부 홍해 근처에 2만6000㎢ 규모의 주거·사업용 신도시 ‘네옴’(NEOM)을 세울 예정이다. 신도시의 주 동력원은 석유가 아닌 풍력과 태양 에너지다.

신도시 홍보 영상에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조깅하거나 남성과 함께 일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며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도 안 된다. <블룸버그>는 이 신도시가 “자체적인 규제와 법을 가지고 있는 두바이의 ‘자유 구역’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함마드의 구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가디언>은 “변화를 꺼리는 의식, 심한 규제 환경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시엔엔>은 인권단체를 인용해 “최근 몇달간 사우디는 여전히 평화활동가를 표적으로 삼았고 언론인들을 감옥에 보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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