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5 11:27
수정 : 2017.11.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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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15일 새벽(현지시각) 탱크에 탄 무장군인들이 목격돼 쿠데타설이 확산되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93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권력을 승계하려고 지난주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한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고조돼 왔다. 하라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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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무장군인들 수도 하라레 입성해 국영방송 본사 점령
93살 무가베, 아내한테 권력 넘기려 부통령 경질 뒤 정국불안
군부가 집권당에 “군 개입” 경고, 여당이 “반역” 맞서며 쿠데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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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15일 새벽(현지시각) 탱크에 탄 무장군인들이 목격돼 쿠데타설이 확산되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93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권력을 승계하려고 지난주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한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고조돼 왔다. 하라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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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장기인 37년째 집권중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에게 권력을 승계하려던 짐바브웨에서 결국 쿠데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도 하라레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폭발음이 들렸고, 군이 하라레로 이동해 국영 방송을 장악했다는 목격담도 퍼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최소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무장 군인들이 네 대의 군차량 근처에서 탄약을 장착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15일 새벽 보도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군인들이 14일 저녁 하라레의 국영방송 <제트비시>(ZBC) 본사를 점령했으나, 군인들이 직원들을 거칠게 밀치면서도 “(방송국을) 지키러 왔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나와 있는 아이작 모요 짐바브웨 대사는 <로이터>에 쿠데타설을 부인했다. 외신들도 현재까지 누가 군에 명령을 내린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쿠데타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쿠데타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으며, 짐바브웨 미국 대사관는 이날 트위터로 “밤사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됐다”며 자국 국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두에게 “조용하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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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한테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짐바브웨에서 13일 콘스탄틴 치웬가 육군최고사령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당을 향해 “군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라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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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설은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이 14일 군부를 향해 “반역 행위”라고 비난한 직후 확산됐다. 전날 짐바브웨 군 최고사령관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90여명의 고위 장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해방전쟁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을 당장 멈추라”며 “집권 여당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개입’을 경고한 바 있다.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주 독립운동 동지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경질한 데 따른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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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왼쪽) 대통령이 집권당원들과 지지자들한테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오른쪽)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하라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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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무가베 대통령이 37년간 집권해왔다. 최근 고령의 무가베 대통령이 음난가그와가 아닌 아내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넘기려 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고조돼왔다. 그레이스는 유부녀 타이피스트 출신으로, 투병중인 아내가 있던 무가베 대통령과 10여년간 불륜생활을 지속한 끝에 결혼했다. 남다른 명품 사랑으로 ‘구찌 그레이스’ ‘디스 그레이스’ ‘퍼스트 쇼퍼’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다. 지난 8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여성 모델을 폭행했다가 면책특권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등 잦은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집권당 청년조직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등 정치적 기반은 탄탄하다. 그레이스는 지난 5월 “내가 대통령직을 기꺼이 물려받을 것”이라며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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