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5 16:21
수정 : 2017.11.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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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군이 국영방송을 장악하고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시부시소 모요 육군 소장이 15일 방송에 나와 쿠데타설을 부인하고 있다. 짐바브웨 제트비시(ZBC)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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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살 무가베가 아내 그레이스 위해 부통령 경질하자 군부 개입
그레이스 측근 재무장관 등 체포…군, “무가베와 가족은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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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군이 국영방송을 장악하고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시부시소 모요 육군 소장이 15일 방송에 나와 쿠데타설을 부인하고 있다. 짐바브웨 제트비시(ZBC)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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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구촌 최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쿠데타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15일 새벽 4시께 짐바브웨군 대변인 시부시소 모요 소장은 국영텔레비전에 나와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은 안전하고 온전하고, 그들의 안전은 보장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새벽 수도 하라레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군이 도심으로 들어와 국영방송 <제트비시>(ZBC)를 장악했다는 ‘쿠데타설’이 확산된 지 몇시간 만에 무가베 대통령 일가를 구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이 현재 자택에 감금돼 있으나 무사하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는 전날 밤 군의 허락으로 나미비아로 떠났다는 내부 전언이 나온다. 모요 소장은 “군은 무가베 주변의 범죄자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며 “사회·경제적인 고통을 초래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을 정의 앞에 세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모요 소장은 “군이 정부를 접수한 건 아니”라며 “우리 임무를 완수하면, 상황이 정상으로 회복되리라 기대한다”고 쿠데타설을 부인했다.
전직 짐바브웨 총리 자문 출신으로 영국 켄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알렉스 마가이사는 <시엔엔>(CNN)에 “개구리를 뭐라고 부르든 그건 개구리”라며 쿠데타가 아니라는 군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은 “우리는 평화적이고 헌법에 의거한 민주화를 원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을 뿐 군의 움직임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에이피>(AP) 통신은 군인들이 주요 거점을 지키고 있는 것 이외에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도 하라레 풍경을 전했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이 나라의 일상”이며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군 점령 뉴스를 읽거나 일 또는 쇼핑을 하러 갔다”는 것이다. 군부 지지자들은 이를 “무혈 사태해결”이라고 칭찬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짐바브웨와 가까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언론에서는 곧 무가베의 하야 발표가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요 소장이 누구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의도는 확실해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짐바브웨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군이 구금한 인사들 가운데 이그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촘보 장관은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 정파인 ‘지(G)40’의 핵심 멤버인데, 지40의 리더가 그레이스 무가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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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왼쪽) 대통령은 집권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상대로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섰다. 하라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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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부터 무가베가 집권해왔다. 짐바브웨 남성 기대수명 54살보다 무려 39년이나 더 산 무가베가 쇠약해지자, 최근 권력승계 문제로 정정 불안이 심화됐다. 무가베는 지난 6일 독립운동 동지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에머슨 음낭가그와(75) 부통령을 경질했다. 부통령을 지지해왔던 육군 사령관인 콘스탄티노 치웽가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을 당장 멈추라”며 “집권 여당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군사작전은 14일 집권당이 치웽가의 “반역 행위”를 비난한 지 몇시간 만인 15일 새벽 이뤄졌다. 치웽가 사령관은 이에 앞서 지난주 무가베의 든든한 후원국이었던 중국을 방문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겅솽 중 외교부 대변인은 쿠데타를 미리 보고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부사항은 몰랐다”며 “미리 예정된 군 교류 활동이었다”고 밝혔지만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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