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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0 15:35 수정 : 2017.11.20 21:20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술집에서 19일 시민들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텔레비전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하라레/AP 연합뉴스

무가베, 사임 예상된 연설에서 권좌 유지 밝혀
‘퇴진 거부→군부의 강제 하야→주변국 개입’ 노림수
주변국들, 헌법적 해결 촉구…집권당은 탄핵 추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술집에서 19일 시민들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텔레비전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하라레/AP 연합뉴스
짐바브웨 군부의 쿠데타가 표류하고 있다.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사임 예상을 뒤엎고 권좌 유지를 밝혔다. 군부와 집권당의 갈등 속에서 무가베가 주변국의 개입을 부르려고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가베는 19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몇주간 더 권좌에 머물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의 12월 당대회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은 무가베의 당대표직을 박탈했다. 집권당은 그가 사임하지 않으면 24시간 내로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당대표직 박탈 뒤 예고된 이 연설은 사임을 밝히는 자리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가베는 쿠데타를 주도한 장성들의 배석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부터 우리 모든 국민이 분발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군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내용을 읽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정부를 계속 장악할 의도는 없으나, 무가베의 계속적 집권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무가베가 사실상 실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야를 거부하는 것은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을 카드로 한 시간 끌기로 해석되고 있다. 군부가 자신을 강제로 하야시키면 주변국들의 개입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모임인 남아공 주도의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지난주 짐바브웨의 정국 위기에 대한 ‘헌법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는 무가베가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마치도록 군부가 허락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해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집권 애국전선은 에머슨 음낭가와 전 부통령을 임시 당대표 및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차기 대통령으로 예상되는 음낭가와는 군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군부 내에서도 무가베를 지지하는 세력이 남아있고, 군부가 음낭가와에게 전권을 넘길지도 불투명하다. 무가베는 합법적 절차를 밟아 최대한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군부의 머뭇거림뿐만 아니라 군부-집권당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이용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가베가 퇴진을 거부함에 따라, 집권 애국전선은 탄핵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무가베는 이날 연설에서 “군부의 작전 맥락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최고사령관으로서 그들의 우려를 인정한다”면서, 군부는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실책과 정부 내의 분파주의를 인정했으나, 이번 쿠데타의 직접적 원인인 자신의 부인 그레이스와 그의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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