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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07 16:56 수정 : 2017.12.08 07:49

최고가 거래 미술품 기록을 세운 다빈치의 유화 <구세주>

입찰 등록 안 하고 경매 당일 전화로 거액 불러
사우디 성공한 젊은 기업가로 소개돼
빈살만 왕세자가 구매했다는 배후설도

최고가 거래 미술품 기록을 세운 다빈치의 유화 <구세주>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달러(약 4918억원)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화 <구세주>(‘살바토르 문디’).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이자 현재까지 거래된 미술품 중 최고가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세계의 눈이 쏠렸다.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은 누구일까. 크리스티가 낙찰자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6일 <구세주>의 구매자가 드러났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루브르박물관의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는 이날 트위터 계정에 “다빈치의 <구세주>가 루브르 아부다비에 온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소식과 함께 작품을 구매한 인물이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메드 빈 파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라고 보도했다. 경매 전날까지도 입찰자로 등록하지 않은 바데르 왕자는 당일 전화로 작품을 구매할 의사를 밝혔고, 경매 개시 후 19분이 지났을 때쯤 이전 호가에 3000만달러를 추가한 4억달러를 불러 작품을 차지했다. 수수료를 포함해 4억5030만달러가 최종 가격으로 결정됐다. 그는 예치금 1억달러를 이미 지불했고, 나머지는 6개월간 나눠 결제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와 바데르 왕자 쪽은 이런 내용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구세주>는 왼손에 크리스탈 보주를 든 예수 그리스도가 푸른 옷을 입고 축복을 내리는 형상이다.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다. 1958년 단돈 60달러에 팔려나간 뒤 2011년 진품으로 확인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번 경매에서 최소 1억달러는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바데르 왕자의 적극적 공세에 ‘최고가 미술품’이란 훈장을 달게 됐다.

‘미스터리 수집가’로 불리는 그는 크리스티에도 “사우디에 있는 5000명의 왕자 중 한 명”이라고만 스스로를 소개했다고 한다. 예술품 수집 이력이나 경제력으로 주목을 받은 적도 없던 인물이었으나 <구세주> 낙찰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바데르 왕자는 사우디에서 부패 청산의 칼바람을 일으킨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친구로, 사우디의 성공한 젊은 기업가들 중 한 명으로 소개된다. 에너지 업체 ‘에너지 홀딩스 인터내셔널’의 이사이면서, 폐기물 관리 사업도 크게 벌이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그에게 미디어 그룹인 사우디 리서치앤 마케팅의 운영을 맡겼고, 지난 7월 알 올라 지역 개발위원회 위원장 자리에도 앉혔다. 알 올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히즈르 고고학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에서 주요 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다. 바데르 왕자는 사우디와 두바이 등지의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으로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바데르 왕자의 <구세주> 구매를 두고 “사우디의 숙청 작업이 철저히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명확한 흔적”이라고 했다. 경매가 열리기 불과 2주 전에 빈살만 왕세자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백명의 왕족·기업인·정치인을 감금하고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 시기에 왕족이 천문학적 금액의 작품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것에 의구심이 따른다. 빈살만 왕세자를 위해 작품을 대리 구매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슬람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수의 초상화를 구매했다는 사실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슬람은 예수를 선지자들 중 한 명으로 인정하지만, 무슬림 대부분은 선지자에 대한 시각적 묘사를 신성 모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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