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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31 15:08 수정 : 2018.01.31 20:26

예멘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30일 장악한 아덴에서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아덴/AFP

남부분리주의세력, 아덴 장악
아랍에미리트가 남부 세력 후원
과거 남예멘 복원 시도 예상
북예멘 지역은 후티 반군이
남예멘은 분리주의 세력 득세

예멘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30일 장악한 아덴에서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아덴/AFP
예멘 내전이 ‘세 조각 분단’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군과의 동맹세력이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30일 요충지 아덴을 점령하고, 과거의 남예멘 복원에 나섰다. 정부군과 후티 반군 사이의 기존 전선 외에 새 전선이 추가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나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반후티 연합군도 분열하고 있다. 내전 수렁 속의 예멘은 준국가 세력들이 횡행하는 ‘제2의 이슬람국가(IS)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의 군사조직인 남부저항군(SRF)은 30일 최대 항구 도시인 아덴을 장악했다고 <알자지라> 등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시아파 후티 반군에 의해 수도 사나에서 쫓겨난 예멘 정부는 2015년부터 아덴에서 임시정부를 꾸리고 있다. 예멘 정부 내각은 현재 남부저항군에 포위된 채 아덴의 대통령궁에서 은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과도위는 1990년 북예멘 주도로 통일되기 전에 존속했던 남예멘 출신 세력들이 주축이다. 남부과도위는 그동안 정부군과 동맹을 맺고 후티 반군과 전투를 벌여왔다. 하지만, 남부 분리를 추진하는 남부과도위와 예멘 정부 사이에는 불신과 긴장이 잠재되어 왔다. 최근 남부과도위는 예멘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난하며, 28일을 시한으로 빈 다그하르 총리의 해임 등 개각을 요구해왔다. 남부과도위는 예멘 정부의 “만연한 부패로 남부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경제, 치안, 사회적 상황의 악화가 결과됐다”고 비난했다. 시한인 28일이 지나자, 이들은 29일부터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아덴을 사실상 장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망명 중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은 아덴을 지키라고 명령하고, 다그하르 총리는 이 사태를 쿠데타로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남부저항군은 아덴의 모든 공공시설과 군기지뿐 아니라 대통령궁 경비대 기지까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과도위는 다그하르 정부가 아덴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협상을 진행중이나, 다그하르 총리는 아덴을 떠날 의향이 없다고 정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예멘 남부에서는 통일 4년 뒤인 1994년 경제난과 정치적 소외에 불만을 제기하며 분리독립 운동이 시작됐으나 중앙정부에 의해 진압됐다. 2007년부터 남부 자치 확대를 요구하는 세력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2017년 군벌 지도자인 아이다루스 알 주바이디에 의해 창설된 남부과도위는 하디 정부가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이슬람주의 세력인 이슬라와 동맹을 맺고 있다며, 이슬라를 배제하는 개각을 요구해왔다.

남부과도위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지원을 받으며 세력을 확대했다. 이번 아덴 장악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전투기가 가세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예멘 정부의 한 관리는 “예멘의 합법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왔다는 아랍연합군의 한 전투기가 제4여단의 기지를 폭격했다. 이게 웬 코미디냐!”라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남부과도위의 아덴 장악으로 예멘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반후티 연합군 내에서도 극심한 내분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예멘의 하디 정부가 세력을 회복하지 못하자,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사우디가 예멘 내전 개입에 소극적으로 바뀐 반면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최근 남부저항군에 자금과 훈련을 제공하고, 그들을 위한 독자적인 치안 시설과 수용소 등을 건립했다.

예멘 내전에는 두 개의 전선이 존재하게 됐고, 장기적으로 예멘에 2개 이상의 국가가 수립되며 분단될 전망이 커졌다. 현재 북부에서는 후티 반군이 세력을 굳히고 있고, 남부에서는 분리주의 세력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예멘은 이미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의 배후지로 변했고, 군벌과 부족 세력들의 할거도 진행되고 있다.

<알자지라>는 “연합군이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할 때 목적은 통일된 예멘의 유지였으나, 이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분리주의 세력들은 이제 독립적인 남예멘 국가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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