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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9 15:23 수정 : 2018.04.09 22:05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의 두마에서 8일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주검이 놓여 있다. 두마/EPA 연합뉴스

트럼프, 아사드 소행 지목하며 “큰 대가 치를 것”
하지만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철군 서두르는 상황
보복공격하면 철군 명분 스스로 약화시키는 모양새
방관하자니 화학무기 레드라인 침범 묵인하는 꼴

시리아 공군기지에 공습…“이란인 등 14명 사망”
시리아·러시아, 미국 의심하다 이스라엘 지목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의 두마에서 8일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주검이 놓여 있다. 두마/EPA 연합뉴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철군을 준비하는 미국이 보복을 가하기도, ‘레드 라인’을 넘은 행위를 묵과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격했다는 주장으로 더욱 어지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7일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장악 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60여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당한 것에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무분별한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러시아와 이란도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원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군과 주민들이 철수하는 가운데 가해진 잔혹한 공격에 토머스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은 미사일 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강력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지난해처럼 대응할지가 초점이다. 미군은 지난해 4월4일 시리아 정부군이 칸샤이쿤에 화학무기 공격을 가해 100여명이 숨지자 사흘 만에 보복했다. 지중해 함정에서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하던 중 미사일 공격 소식을 전하는 당혹스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미군이 보복한 지 딱 1년 만에 화학무기 공격이 감행됐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철군을 독촉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주에 당장 철군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다 외교·안보 관리들의 만류에 6개월 말미를 주겠다며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면 스스로 철군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꼴이 된다.

지난해 4월7일 지중해에 있는 미군 함정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방관한다면 미국의 명분이 훼손된다. 미국이 핵무기 다음으로 신경을 쏟는 화학무기 비확산 노력에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 아사드 정권은 2014년에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했다고 선언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난 바 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철군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를 대담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며 “지난해처럼 대응해 아사드가 그의 잔혹함에 대가를 치르게 하자”고 촉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철군 일정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철군을 주장한 지난 4일, 조지프 보텔 미군 중부군사령관은 “수년간 군사적 측면에서 훌륭한 진전이 있었지만 어려운 대목이 우리 앞에 남았다”며 다른 얘기를 했다. 미군 지휘부는 미군의 지원으로 시리아 동부에서 이슬람국가를 몰아내고 지배권을 확립한 반군을 약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군이 2011년 이라크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철군한 뒤 이슬람국가가 발호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9일 새벽 시리아 중부의 티야스 공군기지에 공습이 가해졌다. 시리아 정부는 애초 미군 쪽을 의심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부인했다. 이후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는 이스라엘군 F-15 전투기 2대가 레바논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본부가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공습으로 이란인들을 포함해 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접경한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이번 공격이 7일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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