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2 10:18
수정 : 2018.11.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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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미국 및 이스라엘 기업인들과 암살 계획을 모의한 대상인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부대의 사령관 카심 술레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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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기업인들에게 암살 요청”
아시리 사우디 총정보국 부국장이 주도
이란 쿠드스 부대 사령관 술레이마니가 표적
이란 경제 교란 및 이란 고위 인사 암살
트럼프의 백악관에도 전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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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미국 및 이스라엘 기업인들과 암살 계획을 모의한 대상인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부대의 사령관 카심 술레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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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란 군 사령관에 대한 암살도 모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인 고위 정보 관리들이 지난해 이란의 경제 붕괴를 추진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인들에게 이란 인사 암살을 요청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이 문제를 잘 아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이는 빈살만 왕세자가 최고 권력자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우디의 고위 관리들이 이란 인사 암살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당시 부왕세자 겸 국방장관이었던 빈살만 왕세자는 권력을 다지면서 측근들에게 해외에서 군사 및 정보 공작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총정보국 부국장인 아메드 아시리 소장은 2017년 3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란 경제를 교란하려는 20억달러(약 2조1682억원) 규모의 민간 정보 공작을 제안하는 두 기업인을 만났다. 아시리 소장은 지난 10월 살해된 카슈끄지 사건으로 해임된 인물이다.
이 회의에서 아시리의 보좌관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 부대 사령관으로 사우디에는 최고 적성 인사로 간주되는 카심 술레이마니의 살해 공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 회의는 레바논계 미국 기업인인 조지 네이더가 제안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인사는 이스라엘의 정보 및 안보 기관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이스라엘인 조엘 자멜이다. 하지만 이들은 살해 공작에 가담할 수 있는지를 변호사에게 문의해봐야겠다며 주저했다고 한다. 이들은 변호사들이 불가하다고 했다는 이유로 암살 공작에는 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네이더는 전직 영국 특수부대원들이 운영하는 런던의 한 기업이 아마 그런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네이더와 자멜은 2016년초부터 이란을 약화시키는 계획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앞서 10년간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종식시키려고 진행한 것과 비슷한 야심찬 대이란 경제 전쟁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쿠드스 부대의 숨겨진 해외 자산들을 폭로하는 것 같은 공작을 입안했다. 이란에서 소요를 선동하는 가짜 소셜미디어 활동, 이란 반체제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이란 고위 관리들 사이에 불화를 심기 위한 공작도 포함된다.
이 둘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이란핵협정이 유지되고, 이란 경제 교란에 새 미국 행정부가 관심이 없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이런 계획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관리들에게 가져갔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이들은 트럼프 인수위 팀과 사우디 쪽에 적극적으로 접근해 자신들의 계획을 팔았다. 이란 경제를 붕괴시키려는 네이더의 계획은 지난 5월 <뉴욕 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네이더와 자멜은 미국의 용병 회사인 블랙워터의 전 사장이자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의 보좌관이던 에릭 프린스도 접촉했다. 프린스는 이들에게 자신의 용병 조직을 이용해 이란에 타격을 가하는 사업 계획을 사우디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 네이더와 자멜은 뉴욕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최고층 특실에서 아시리 소장과 만나 이란에 대한 공작 방안을 설명했다. 사우디 쪽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계획이 너무 도발적이라 곧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우디 정부가 돈을 댈 수 있다고 반응했다.
네이더는 빈살만 왕세자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2017년 초 작성한 이메일에는 “엠비에스(MBS, 빈살만을 지칭하는 약어)와 정말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고 적었다. 네이더는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에게 “이를 검토해서 아메드 아시리 소장과 논의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 조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사우디의 한 인사는 이란 인사 암살에 대한 아시리 소장의 관심은 공식적 정책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리 소장이 허가받지 않은 흑색 공작으로 왕세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는 야심찬 계획을 꾸몄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논의를 주도한 아시리 소장은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중 하나였다. 그는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내전 개입의 중심 인물이었다. 2017년 들어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인도적 위기를 야기했는데도 아시리는 사우디의 정보기관인 총정보국의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네이더와 자멜은 미국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서 이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자멜이 소유한 사이그룹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소셜미디어 조작 계획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관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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