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1 14:14
수정 : 2019.03.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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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의 에거튼대학에서 남녀가 함께하는 행사에 반대하는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이 학교 영문과 학과장 칼리드 하미드가 숨졌다. 새벽(돈)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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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저턴대 신입생 환영회 준비 중 흉기 휘둘러
교육·노동 등 여성 기본권에 ‘반이슬람’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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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의 에거튼대학에서 남녀가 함께하는 행사에 반대하는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이 학교 영문과 학과장 칼리드 하미드가 숨졌다. 새벽(돈)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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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대학생이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 개최를 문제삼아 교수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바하왈푸르의 에저턴대에서 20일 이 학교 영문과 학과장인 칼리드 하미드가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현지 일간 <새벽>이 보도했다. 정년퇴임을 4개월 앞둔 하미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튿날로 예정된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흉기를 휘두른 카티브 후사인은 현장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후사인이 행사에 여성이 참석해 남성을 만나는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며, 행사 주최를 결정한 하미드 교수를 공격했다고 보고 있다. 후사인은 범행 직후 “내가 그를 살해했다. 나는 혼성 행사는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후사인은 어떤 종교 집단에 연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행적과 심리적 동기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북서변경주에 탈레반과 뿌리가 같은 세력이 분포하는 파키스탄에서는 근본주의 세력과 성향에 의한 폭력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에저턴대는 파키스탄에서 몇 안 되는 ‘여초’ 대학이다. 여학생(약 4000명)이 남학생 수의 2배에 이르는 이 학교에서조차 심각한 여성 차별적 가치관이 배경에 있는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 것에 파키스탄 사회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거나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등의 평가와 더불어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파키스탄에서도 여권 신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중이다. 이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카라치,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하이데라바드, 퀘타, 페샤와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들의 행진’이 열렸다. 지난해 카라치에서 상류층 여성을 중심으로 처음 시작된 행진 행사가 여성 노동자들와 젊은층으로 확산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직장 내 남녀 평등, 성희롱 반대, 여성의 노동권, 자유로운 이혼 권리 등을 요구했다. 파키스탄의 이혼 절차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까다롭다.
하지만 행진 행사 주최자들이 극단주의 세력한테 성폭행하거나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던 모델 겸 영화배우 칸딜 발로치가 2016년 “가족의 평판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오빠에게 살해되는 등, 파키스탄에서는 이른바 ‘명예 살인’도 횡행한다. 지난해 톰슨로이터 재단이 조사한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인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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