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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7 15:43 수정 : 2019.03.27 22:15

26일 가자지구와의 접경 지대에 이스라엘군 기갑부대가 배치돼 있다. UPI 연합뉴스

이스라엘·터키·인도 지도자들 호전적 태도 강화
중요 선거 앞 공통으로 지지율 하락 등 곤경 겪어
정치 목적 민족주의 자극, 심각한 분쟁 비화 우려
트럼프는 ‘골란고원=이스라엘 땅’ 포고로 부채질

26일 가자지구와의 접경 지대에 이스라엘군 기갑부대가 배치돼 있다. UPI 연합뉴스
외부 위협을 강조해 내정의 위기를 덮는 것은 권력자들의 고전적 수법이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 터키, 인도 최고지도자들이 불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주변국과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선거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다음달 9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에서 25일 발사된 로켓 한 발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에 떨어져 7명이 다친 게 발단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맹폭으로 보복했다. 양쪽은 26일에도 미사일을 주고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와 접경한 남부로 병력을 증파하라고 지시하고,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추가 동원령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포고문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등은 이스라엘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2009년 시작한 세번째 임기를 이어온 네타냐후 총리의 불안한 입지가 우려를 더한다. 검찰은 사업가들한테 수억원어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그를 기소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 총리 후보인 베니 간츠 전 육군참모총장한테 지지도에서 약간 밀리고 있다.

지난달 4일 예루살렘의 한 건물 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네타냐후 총리에게 ‘안보 위기’는 호재다. 그는 하마스와의 공방전을 이유로 미국 방문 일정을 축소하고 돌아온 26일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공세 강화를 예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1967년 6일전쟁으로 시리아한테 빼앗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고문으로 한결 힘을 얻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포고문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른 나라가 무단 점령한 땅을 강대국이 칙령을 내리듯 인정한 것은 현대에 들어서는 찾기 어려운 사례다. 네타냐후 총리는 “점령지는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 반대를 증명한다. 방어전 과정에서 점령하면 그것은 우리 땅”이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터키 등 당사국과 주변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에 강하게 반발해, 골란고원을 둘러싸고 중동 정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싸우는 하마스도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마스도 가자지구 실업 증가와 물가 폭등 탓에 수천명이 시위에 나서는 바람에 곤경에 빠진 상태다.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부각되면 ‘이스라엘의 봉쇄 탓’이라고 말하기가 쉬워진다.

26일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박물관 앞 광장에 31일 지방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35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전환된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환원이 가능하다고 밝혀 기독교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비슷한 처지다. 3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경제난 탓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갈등 및 민족주의를 카드로 흔들고 있다. 그는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환원시킬 수 있다고 했고, 뉴질랜드 모스크 테러 동영상을 유세 때 상영하기도 했다. 25일에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터키 영토와 가까운 섬을 헬기로 방문하다 터키 전투기의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힌두 민족주의가 기반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한때 60%를 웃돈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져 다음달 11일부터 치르는 총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인도군이 ‘전략적 인내’를 포기하고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공습하면서 형성된 긴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27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인도가 “전쟁 히스테리”에 빠졌다며 “선거를 앞두고 뭔가 일어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인들은 (모디 총리가) 오로지 선거를 이기려는 목적에서 그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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