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4 15:02
수정 : 2019.04.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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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수단 군부의 새 실력자로 떠오른 압델 파타 알부르한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2년내 민정 이양과 권력기구 재편 등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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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군사위 “국가기구 재편, 부패와 전쟁 추진”
인권탄압법 폐지도 약속…“일상 재건 도와달라”
시위 지도부, 군사위 참여 요구…추천 명단 제출
군부, “ICC에 알바시르 인도는 오점…국내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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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수단 군부의 새 실력자로 떠오른 압델 파타 알부르한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2년내 민정 이양과 권력기구 재편 등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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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이 무너진 뒤 수단 군부와 시민사회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알바시르(75) 대통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과도통치는 2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권에선 ‘과도기구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수단 군부의 새 실력자로 급부상한 압델 파타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첫 국영 텔레비전 연설에서 “법에 의거해 국가기구들을 전면 재편하고, 부패와 싸우고, 이전 정권과 그 상징들을 뿌리 뽑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정치범의 전면 석방을 명령했으며,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법률의 폐지를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수단 군부는 11일 넉달 째 시민들의 퇴진 요구가 이어진 알바시르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했다.
과도군사위원회 수장이자 알바시르 정권의 2인자였던 아와드 이븐아우프 국방장관은 쿠데타 당일 “군부가 알바시르 정권을 축출했다”고 선언하고 2년 내 민정 이양을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날 전격 사임하고 부르한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외신들은 알바시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븐아우프 국방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3일 새로 등장한 부르한이 위원장이 한층 유화적인 어조로 야권에 ‘일상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며, 시위대 사망 책임자들의 처벌과 ‘부패와의 전쟁’도 약속했다”고 전했다.
야권연합은 과도군사위원회와 만남에서 그동안 시위를 주도한 수단전문직협회(SPA)를 비롯해 민간 대표와 야권 활동가들도 과도기구에 참여할 것을 군부에 요구했다. 야권연합은 14일 과도군사위원회 후보자 추천 명단을 군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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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수단 군부가 과거 오마르 알바시르 독재정권을 뿌리뽑겠다고 발표한 직후 수도 하르툼에서 반독재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국기를 흔들며 반기고 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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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의 명징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사위원회에 대한 전면적 거부를 공표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에게 수도 하르툼의 군 사령부 앞 연좌시위를 당분간 지속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주말에도 군 사령부 앞에선 수천명의 시민들이 연좌시위를 이어갔다. 의사·변호사·교사 등이 주축인 전문직협회는 알바시르의 철권통치 수단이었던 국가정보보안국(NISS)의 재편, 알바시르 정권에 부역한 군부 조직들의 해체, 모든 ‘부패 권력자’들의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수단 군부는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인도하지 않고 국내에서 기소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 12일 과도군사위원회의 오마르 자인 알아베딘 장군은 기자회견에서 “알바시르를 국제 법정에 인도하는 것은 수단의 오점이 될 것”이라며, 수단 법원이 그에게 판결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알바시르는 다르푸르 학살(2003~2010)에 관여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돼,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다. 군부의 국내 기소 방침은 자신들도 다르푸르 학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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