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8 20:35
수정 : 2019.05.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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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1년을 맞은 8일 각료회의에서 핵협정의 일부 이행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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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일부 파기’ 선언
로하니, 영·프·중·러 등 핵 합의국에
60일내 미 제재에 대한 대응책 요구
핵협정 파기 위협 단계적 상향 전략
미, 당장 유화책 쓸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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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1년을 맞은 8일 각료회의에서 핵협정의 일부 이행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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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방위적 제재에 직면한 이란이 전격적으로 핵협정 일부 조항들의 불이행을 선언함으로써 이란 핵 위기가 재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북핵 문제에 이어 중동에서도 핵개발 문제가 갈등 요인으로 재부상하면서 국제적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란 핵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일부 의무의 이행 중단 결정을 밝힌 8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정 탈퇴를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처럼 당장 핵협정을 파기하진 않겠지만, 경제 제재 해제 등 가시적 조처가 없으면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오늘이 핵 합의의 종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핵협정을 전면 부정하는 대신 파기 위협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란은 핵협정에서 정한 ‘이의 제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60일을 유예기간으로 두고,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5개 당사국에 “미국의 제재로부터 이란의 석유와 은행 분야를 보호할 조처를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탈퇴를 비판하며 핵협정 유지를 주장해 왔다. 5개 당사국들에게 미국과 이란 중 택일을 요구해, 이들에게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통로를 만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그동안 핵협정 합의를 준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의 핵협정 탈퇴와 이어진 경제제재로 화폐 가치 하락, 물가 폭등, 실업률 상승 등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2일에는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석유 금수 예외 조처를 종료했고, 지난달엔 이란의 정규군인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유례 없는 조처를 취했다. 최근엔 이란의 도발 조짐이 있다며 페르시아만으로 항공모함을 출동시키고 중동에 폭격기 기동부대를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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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7일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긴급한 문제”를 이유로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급거 이라크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도발 계획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있었다며, 살리흐 대통령에게 이라크 내 외교 시설들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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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영국 등 당사국들은 미국의 일방적 핵협정 탈퇴와 제재를 비판하며 미국의 이란 제재 우회거래를 돕는 특수목적 법인 인스텍스를 지난 1월 설립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이 회사의 가동을 머뭇거려왔다.
문제는 미국의 반응이다. 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미국이 이란의 엄포에 유화책을 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경고로 실익을 얻지 못할 경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칫하면,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강경파 신문 <자반>은 이와 관련 “나탄즈 핵시설에 첨단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포르도 시설에서 핵물질 농축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아라크 소재 중수로의 현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라크 중수로는 핵협정에 따라 무기급 핵무기를 생산할 수 없도록 설계가 변경됐다. 현대화를 중단한다는 것은 핵무기와 직결된 플루토늄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란의 핵협정 일부 의무 이행 중단 선언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실상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규정하며 “이란의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란이 그동안 핵합의 이행을 엄격히 준수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반대한다”며 “미국 쪽이 이란의 핵 이슈에 대한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8일 낮 현재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이란의 핵개발 재개 발표는 블러핑(허풍)”이라며 “이란은 이번 발표로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제재를 핑계로 자신들과 단교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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