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9 15:07
수정 : 2019.05.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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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을 막아온 ‘이란 핵협정’은 결국 사문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이르나>(IRNA)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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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8일 “이란산 철·강철·알루미늄·구리 수입 금지”
1년 전 이란 핵협정 이탈한 자신의 결정 거듭 정당화
IMF, 올해 이란 경제 마이너스 6% 성장 전망
결국 핵협정 사문화되며, 이란 핵위협 증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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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을 막아온 ‘이란 핵협정’은 결국 사문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이르나>(IRNA)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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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핵협정 일부 조항의 이행을 중지하겠다는 이란에 맞서 이란산 금속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최대의 압박’으로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실제 핵무기 생산과 장기적 대립으로 이어진 북핵 문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성명에서 “1년 전 난 끔찍하고 일방적인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해 국가 안보를 극적으로 강화했다. 난 오늘 철·강철·알루미늄·구리 등 (이란의) 비석유 분야 최대 수출 상품에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산 금속 수입국들에겐 “이란산 철강과 다른 광물을 당신들의 항구에 들이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이란에겐 “행동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제재 위협을 잊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이에 맞춰 “이란 광물 수입국들은 90일 유예기간 내에 거래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들 광물이 이란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의 상당 부분을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자신의 1년 전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현행 핵협정 아래에서 이란은 단단한 핵시설과 광범위한 핵무기 자료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테러 네트워트를 지원할 수 있고, 미사일 전력을 개발할 수 있으며,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자국민들을 잔혹하게 다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 전 제재 재개로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 정권의 돈줄이 말랐고, 경제가 전례 없는 침체에 빠졌으며, 정부 수입이 줄고 물가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란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위한 압박을 옹호해온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아래에서 백악관은 점점 더 제재 강도를 강화해왔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 이란 경제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년간 달러에 대한 이란 리알화 가치는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물가는 40%나 올랐다. 국가 수입의 60%를 메워주던 원유 수출이 2일 ‘전면 금지’되며 경제는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했다.
이란이 8일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민감한 핵활동인 우라늄 농축과 중수로 건설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뽑아들었지만, 영국·프랑스·독일 등 다른 협정 당사국들은 다시 한번 자제를 촉구했다. 이 3개국은 9일 정상회의에서 핵협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란의 요구가 유럽이 중심이 돼 미국의 제재를 피할 ‘샛길’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어서 뾰족한 결론이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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