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2 14:20
수정 : 2019.11.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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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 의회에서 우파 정당들과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에루살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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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 현직 총리 ‘수뢰’ 기소는 처음
검찰 “좌우 문제 아냐”…외부 압력도 폭로
네타냐후 “사퇴 못해…수사관 조사하라”
야당 “검찰 신뢰”…연정 배제 못박아
“범죄자의 총리 후보 적법성 검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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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 의회에서 우파 정당들과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에루살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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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13년 기록의 4선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기소됐다.
이스라엘 검찰은 21일(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 수수, 사기, 배임 등 3건의 범죄 혐의로 공식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의 변호인들에게 4차례에 걸쳐 변론을 듣고 검찰총장 주재로 수 주간의 집중 논의를 거친 끝에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수뢰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비차이 멘델블리트 이스라엘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나 진실된 마음으로”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것은 좌파나 우파의 문제, 또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며, 법 집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멘델블리트 검찰총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혐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와 경찰 등 수사관들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 거듭 되풀이됐던 사실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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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아비차이 멘델블리트 검찰총장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패 혐의를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기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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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소는 이스라엘의 주요 정당들이 지난 9월 단독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은 총선 이후 법정 시한까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집권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는 9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에게 보수 대연정을 구성하고 자신과 간츠 대표가 번갈아 총리를 맡자고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정권 연장으로 기소를 회피하려던 계산이 빗나가면서, 네타냐후 자신은 물론 이스라엘 정치판 전체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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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기소를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 발표 직후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검찰이 진실을 쫓지 않고 나를 추적했다”고 비난하며, 되레 “수사관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총리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그럴 법적 의무도 없다”고 말해, 검찰의 기소에 대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치권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싸늘한 분위기다. 9월 총선 이후 최다 의석을 확보한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멘델블리트 검찰총장이 이끄는 사법 시스템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들은 전문성과 진실성, 충성심으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고 향후 연정 구성에서 그와 손잡지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 부참모총장 출신인 야이르 골란 의원(민주동맹)은 이스라엘 의회 크네셋의 법률 자문관과 멘델블리트 검찰총장에게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의회에서 연정 구성의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가려달라고 유권 해석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 9월 총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총리 후보자였던 네타냐후 총리(리쿠드당)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잇따라 연정 구성에 끝내 실패한 20일 이후로, 21일(3주) 동안 의회가 의원 중에서 차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연정을 구성할 마지막 기회를 갖고 있다. 골란 의원의 요구는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에서 다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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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21일 저녁(현지시각) 검찰총장의 ‘총리 기소’ 발표가 나온 뒤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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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검찰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혐의는 2007~2016년 사이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최대 통신회사 베제크의 ‘부당 거래’다. 네타냐후는 베제크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왈라 뉴스>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는 대가로 산업 규제를 풀어 베제크가 5억2000만 달러(약 6124억원) 규모의 이권을 안겨주었다고 본다. 네타냐후 쪽 변호인은 총리가 그런 규제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언론 지형의 이념적 균형을 희망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5년 총선을 앞두고는 이스라엘 최대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와 뒷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싣고 그 보답으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또 다른 억만장자에로부터 수년간 고급 샴페인과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대가성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건국된 이듬해인 1949년 텔아비브 출생으로, 젊은 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지냈다. 1988년 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해 1996년 최연소 총리로 3년여 재임했으며, 2009년 총선에서 다시 총리직에 올라 10년째 재임 중 지난 9월 총선에서 청백당에 1석 차이로 패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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