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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참패 궁지몰린 천수이볜 총통 정치적 승부수
경제교류등 중단 가능성…물리적 충돌은 없을 듯
한동안 잠잠했던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의 파고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27일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국가통일위원회(국통회)와 국가통일강령(국통강령)의 정지를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대만 해협에 거대한 풍랑이 일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강력한 어조로 천 총통의 선언을 비난하고 나섰다.민진당 사활을 건 승부수=천 총통의 이날 선언은 지난해 말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진당이 사활을 건 새로운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중국 대륙이 대만의 독립추진 세력과 움직임에 대한 무력동원 가능성을 밝힌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킨 뒤, 민진당은 계속 수세에 몰려왔다. 특히 지난해 봄 ‘제3차 국공합작’으로 불렸던 롄잔 당시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 친민당 주석의 잇따른 대륙 방문으로 천 총통과 민진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대만 독립’이라는 정치적 강수로 양안 관계를 긴장시키는 대신 대륙과 ‘윈-윈’ 전략에 입각한 교류와 협력의 추진이라는 국민당의 노선이 대중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진당은 지난해 말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참패했고, 이에 따라 위기감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날 선언은 이런 수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양안관계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천 총통이 이날 성명에서 ‘폐지’보다 한 단계 낮은 ‘종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대만 독립’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도 위험부담을 줄이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 당국의 대응=천 총통이 막판에 다소 수위를 낮춤에 따라 중국 당국의 대응 또한 미묘해졌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천 총통이 국통회와 국통강령을 ‘폐지’할 경우 이를 ‘양안 관계의 현상 변화’로 받아들여 강력 대응할 방침임을 거듭 밝혀왔다.
중국 당국은 27일 담화를 통해 “국통회와 국통강령의 철폐는 천 총통이 지난 2000년과 2004년 총통 취임 때 거듭 밝힌 ‘4불1무’ 정책을 완전히 뒤엎는 행동이며, 헌법 개정을 통해 대만의 독립이라는 분열활동을 시도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국통회와 국통강령의 철폐는 천수이볜 총통의 정치적 신용과 도덕적 인격이 철저하게 파산했음을 뜻한다”고 비난했다. ‘4불1무’ 정책이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임기 안에 △독립 선포 △국호 변경 △중국-대만 양국론 입헌 △독립 위한 국민투표 등 4가지를 실시하지 않고, △국통회와 국통강령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천 총통이 이 가운데 주목도가 가장 낮은 국통회와 국통강령을 건드림에 따라 중국 대륙도 비난성명 이상의 물리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 대륙에 투자한 대만 상인들과의 협력 등 우회로를 통해 다시 한번 천 총통과 민진당의 고립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륙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대만 재계에서는 천 총통의 카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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