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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아체주 반다아체 인근 우중밧대에 설치된 임시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숫자를 익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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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김태형 기자의 아체 구호현장을 가다
■ 의료전문기자 공동진료기
엿새동안 1500여명 치료…"삶의 희망 생겨"감사
진료 5일째인 17일에도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사하마니와 룬바타 두 진료소에서의 의료지원단 활동은 계속됐다. 이제는 마치 병원을 찾는 것처럼 의료진이 도착하기도 전에 많은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의료진에 익숙해진 몇몇 주민과 아이들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의료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 주민들이 찾아와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날마다 허벅지의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를 갈아주는 드레싱 치료를 받은 하싸누딘(17)의 상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동안 한 진료소당 거의 700~800명 가까운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면서 현지 병원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의료지원단의 일정은 이제 하루만 더 남아 있을 뿐이다. 찢어지거나 곪은 외상 환자를 비롯해 폐렴 등 여러 종류의 급성 감염,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들이 다시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진이 국내에서 가져온 약과 목록을 다른 나라 의료팀에 넘겨주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처해 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독일 군인들이 반다아체 시내에 외과병원을 지을 만한 장비를 들여와 진료를 시작했고, 그 시설을 그대로 남겨 병원을 운영하게 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런 안타까움은 더했다. 지진해일 피해 직후 오스트레일리아 군인들이 정수 기계를 들여와 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 물과 관계되는 전염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줬다는 소식도 우리 정부의 지원 활동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독·미 병원 짓는데 한국은 수송기도 없어‘발동동’
우리 나라의 경우 사실 반다아체에도 대한적십자사, 서울시의사회 등 5~6개의 지원 활동 단체들이 들어와 활동했지만 서로 연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일산병원 의료지원단 직전의 팀들은 자카르타에서 반다아체로 들어오는 교통수단을 구할 수 없어 3일 동안 허송세월을 해야만 했다.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들의 군수송기들이 자국의 엔지오(NGO) 활동가들을 실어 나르는 것을 부러워하며 쳐다봐야 했고, 결국 그들의 수송기를 빌려타고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
2003년 미국의 종전 선언 뒤 이라크에서도 구호 활동을 벌였던 자원봉사자 최백숙(47)씨는 “일산병원 직전의 의료팀은 다른 나라 군수송기 등으로 겨우 사람들만 반다아체에 들어올 수 있었고, 의약품 등 많은 짐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1년 인도 대지진, 미국의 침공 직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고 이번에도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주희숙(49)씨는 “다른 나라들처럼 정부가 나서서 시민단체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교통수단 정도는 마련해 줘야 한다”며 “허울뿐인 평화 유지 목적으로 이라크에 파병할 수는 있지만 대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봉사자들이 이용할 군 수송기 하나 마련 못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끼리 연결안돼…일회성 지원활동 되지말아야
이곳은 평소에도 의료 혜택이 부족했고, 이번 지진해일로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앞으로 1~2달 이상 의료 지원 활동이 필요한 곳이라는 게 엔지오(NGO) 단체들의 중론이다. 또 전혀 의료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난민촌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산병원 의료지원단 활동 평가에서도 일회성 의료지원 활동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등이 나서서 지원 단체들을 조정해 체계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한 예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반다아체의 한 지역에 외과 병원 등을 지어 앞으로 10년 동안 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지름이 5㎝정도 되는 큰 상처를 입어 사흘 동안 진료소를 찾았던 노르리나(23·여)는 “한국 의료진 덕분에 상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집과 가족을 모두 잃어 절망에 빠진 난민 입장에서 한국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때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열대 소낙비만 와도 지진해일이 생각나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 곳 난민들에게는 아직도 의료 지원과 구호의 손길이 절실했다.
반다아체(인도네시아)/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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