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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내전 끝맺자” 맞잡은 손 인도네시아 정부 대표 하미드 아왈루딘(왼쪽부터)과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전 대통령, 아체 반군 지도자 말리크 마무드가 15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아체 내전을 끝내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헬싱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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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군 사면·땅 일자리 제공”
반군 “완전독립 철회·무장해제”
인도네시아 정부와 아체 지역 반군이 30년의 내전을 끝내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15일 서명했다고 <에이피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주 이 협정안을 승인했다.
평화협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반군단체인 자유아체운동(GAM)은 완전독립 요구를 철회하고 무장을 해제하는 대신, 정부는 반군을 사면하고 반군이 시민사회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경작지와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반군 활동을 하다 투옥된 정치범도 15일 안에 무조건 석방된다. 또 정부는 아체주 정치 활동에 반군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외교·국방·치안·재정 등을 뺀 광범위한 자치권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역정당을 금지하는 현 법안을 내년 3월31일 전까지 수정하기로 해, 반군단체는 당장 내년 4월에 있을 시장선거에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는 아체에서 생산되는 자원에서 얻는 수익의 70%를 주 정부에 주고, 아체주 자체적으로 외부 차관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평화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동남아에서 200명의 국제 감시단이 조직된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 지역에 배치된 수만명의 군과 경찰을 줄이기로 했다.
양쪽은 2000년과 2002년에도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폭력사태가 재발됐다. 하지만 이번 협정은 양쪽이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마련한 것인데다 내용도 더 구체적이어서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인권 단체들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비비시방송>은 협정 내용을 실행할 첫번째 관문은 반군이 무기 반납을 시작하고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군이 철수를 시작할 앞으로 한달 정도가 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번 협정은 인도네시아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또다른 지역인 파푸아 문제를 푸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평화 회담은 지난해 12월26일 인도양 일대를 덮친 지진해일로 아체 지역이 쑥대밭이 된 이후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중재로 시작됐다. 7개월 동안 다섯차례의 회담을 거쳐 마침내 최종 합의안에 이르게 됐다.
수마트라섬 북쪽 끝에 있는 아체 지역의 독립 투쟁은 18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상경영을 강화하던 네덜란드는 해상교통의 요지인 말라카 해협을 장악하고 있던 아체 왕국을 침략했고, 아체 주민들은 이에 맞서 30년간 싸웠다. 2차 대전 때는 다시 일본의 지배에 맞서 독립 투쟁을 벌였다. 1949년 완전 자치를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에 병합된 채 독립을 맞았지만, 쿠데타로 집권한 수하르토 정권이 철권을 휘두르자 1976년 반군단체를 결성해 분리독립 투쟁을 벌여 왔다. 자유아체운동과 정부군 사이 교전으로 지금까지 1만5천여명이 숨졌다. 인구 430만명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이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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