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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원유 생산 · 석유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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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 회원국 불구 투자 안해 수입국 전락 석유보조금 부담 급증…루피화 가치 폭락
동남아시아의 최대산유국인 인도네시아가 국내 석유공급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47억배럴의 확인매장량을 가진 이 지역의 유일한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이다. 그렇지만, 90년대 이후 오랜 정치·경제 불안으로 유전 개발·유지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안돼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순석유수입국이 돼버렸다.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유소마다 길게 줄을 늘어서는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은 17일 정제된 석유뿐 아니라 원유를 수입해와야 하는 처지가 된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넘게 치솟다보니 석유 문제가 인도네시아 경제를 점점 더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주에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은 5.54%로 1분기 6.19%에 비해 뚜렷히 감소했다.
인도네시아의 ‘석유난’을 보여주는 최대 이슈는 정부가 오랫동안 국내 석유 판매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지급해온 석유 보조금이다.
국제유가와 국내가격 차이를 매우기 위한 보조금은 2003년 17억5천달러에서 2004년 65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올해는 14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정부 재정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보건·교육 예산의 13배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석유 소비는 올 1분기에 10%나 증가했고, 올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판매량도 각각 38%, 26%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버티다 못한 정부가 결국 지난 3월1일 석유 가격을 29% 인상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그렇지만 인상된 가격도 1리터당 25센트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정연설에서 “보조금으로 140억달러 이상이 들어가면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보조금 유지를 위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루피화는 16일 달러당 9920루피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석유생산은 엑손모빌, 칼텍스, 유노칼 등 미국 기업들이 전체 생산의 60%를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메이저 엑손모빌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는 자바섬 세푸유전의 이윤 배분 방식을 둘러싸고 4년 동안 밀고당기기를 하면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세푸유전의 추정배장량은 6억배럴로 인도네시아를 다시 원유수출국으로 변신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원유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원유의 주요 수출시장은 일본, 미국, 한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며, 일본과 한국, 대만은 이 나라 액화천연가스(LNG)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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